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부딪칠 것이다. 그러나 그 해답은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열심히 일을 해도 점점 살기가 버거워지는 걸 보면, 숨이 턱에 닿도록 뛰어도 삶이 더 불안해지는 걸 보면, 멈추고 싶어도 결코 멈출 수가 없는 걸 보면, 거대한 무언가에 우리들 삶이 끌려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 무언가의 실체는 없다. 더 심각한 일은 너무나 둔감해져서 무슨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저 모든 것을 당연지사로 받아들이며 일하고, 소비하고, 또 일할 뿐이다.
모든 촉수를 곤두세우고 우리를 끌고가고 있는 그 힘의 실체를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찾아보라고 권하는 이 책은 돌처럼 굳어져 버린 우리의 심장을 살로 바꿔 그 힘에 저항하라고 한다. "아니오"라고 외치며 그것에서 용기있게 벗어나라고 말한다.
"나는 오늘과 같은 세계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내게 분명히 열려 있는 가능성은 "아니오"라고 하는 것이다. 매일 명확하게 말해져야 한다. 그것이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내게는 규칙적인 성찰, 내가 무엇을 거부했으며, 내가 아직도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마지못해 견디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현대 산업사회, 즉 우리가 속한 이 시스템 자체가 자유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앗아가 버린 걸까.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그것을 떠나 독립적인 삶을 누린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으며, 편리함 속에 숨겨진 물질 경제의 저 파괴적이고 불평등한 힘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성직자 신부에서 교수, 농부, 화장실청소부로까지 옮겨가는 저자 자신의 삶도 어쩌면 그 '길'을 찾는 쉼 없는 여정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 책은 화폐경제 속에 꼼짝없이 붙들려 살고 있는 '나'와 내가 서 있는 '장소'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나아가 소비에 중독된 사회를, 붕괴돼 버린 공동체를, '하이테크 장난감 놀이'에 빠져 점점 왜소하고 빈곤해져 가는 사람들을, 번드레한 제도와 권위에 바쳐지고 있는 가련한 아이들을, 풍요의 뒷마당에 쌓아올려지는 악취 나는 쓰레기를, 온갖 오염된 정보에 둘러싸여 있는 정신적 환경을, 그런 것들에 너무나 잘 길들여진 '조건 반사적인 우리'를 마치 거울처럼 비춰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말한다. 잃어버린 상상력과 도덕적 품성 그리고 겸허함을 찾아야 한다고. 일상적인 삶에서 시적 경이로움을 되찾고, 조그마한 실천도 내가 발 딛고 있는 그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정직한 참여와 신성한 나눔의 삶은 바로 거기에서 나온다고. 그러니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은 더 이상 실용적인 질문이 돼선 안 된다. '경제인간'이 아닌 자신이 얼마나 무지하고 가난한지를 아는 '거룩한 바보들'의 질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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