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까지는 여러 가지 전통적인 증류식 소주가 있었으나 일본 침략기 때 주세를 징수하기 위해 일반인들의 술 제조를 금지한 수탈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 전통주의 명맥이 끊어졌다. 자유당 때만 하더라도 증류식 소주가 있었으나 5'16 이후 시행된 양곡정책에 의해 1965년부터 양곡에 의한 증류식 소주의 제조가 금지, 희석식 소주로 바뀌었다. 현재 시판중인 것은 대부분 희석식 소주이다. 그 후 사정이 역전돼 쌀이 남아돌면서 정부는 1991년 7월1일부터 다시 쌀로 술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 증류식 소주는 무엇일까? 알코올의 끓는점이 78℃, 물의 끓는점은 100℃이다. 발효액(주요)은 물과 알코올이 섞여 있으므로 78℃로 가열하면 이론상 알코올만 빠져 나오게 된다. 증기로 빠져 나온 알코올을 차게 식히면 다시 알코올이 된다. 이런 과정에 대해 '받는다' 또는 '내린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얻은 술이 바로 증류식 소주다.
희석식 소주는 고구마나 타피오카 쌀보리 등 값이 싼 원료를 발효시켜 연속식 증류기로 95%가 되도록 정제한 주정(에틸 알코올)에 물과 조미료, 향료 등을 섞어 마시기 좋은 도수(20% 내외)로 희석해 소주 맛을 낸 변형된 소주다. 이와 관련, 싼 재료로 주정을 만들면 메틸 알코올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는 잘못된 상식이 있다. 주정은 알코올을 가장 순수한 상태가 될 때까지 연속적으로 증류, 불순물을 없애기 때문에 뒤끝이 깨끗할 수밖에 없다.
증류식 소주는 원래의 술에 들어있던 향기가 알코올과 함께 증류돼 소주에 들어가므로 매우 향기롭다. 그래서 증류에 사용하는 양조주의 종류에 따라 소주의 향기도 천차만별이다. 서양 소주라 할 수 있는 위스키는 보리나 밀, 옥수수 등으로 빚은 술을 증류한 것이고, 브랜디(나폴레옹 꼬냑 등)는 포도주(와인)를 증류한 것이며 보드카는 감자술을, 럼은 사탕수수 당밀주를 증류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희석식 소주에는 향기라 할 만한 것이 없다. 있다고 한다면 오로지 알코올 자체의 향이나 가미한 인조 향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희석식 소주에는 인조향을 넣지도 않는다.
증류식 소주의 맛은 매우 품위가 있다. 마신 뒤 뱃속에 들어갈 때까지 매우 부드럽고 향기로운 맛으로 느껴진 다음 뱃속에서부터 쌔-하는 짜릿한 자극이 올라와 입을 통해 나가는 느낌이다. 처음엔 약하지만 시간이 차츰 지나면 더욱 강해진다. 짜릿한 느낌이 사라지고도 30분 정도는 향기가 입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희석식 소주는 입에 들어가자마자 쓰서 약을 삼키듯 빨리 목 넘김을 하게 된다. 입안에 남아 있을수록 고통스러우므로 입을 가실 안주가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희석식 소주는 반주의 역할이 강하다.
증류식 소주는 만드는 방법이 위스키와 같아 물을 타면 향기와 맛이 순해진다. 찬물을 타지 말고 데워 마셔도 색다른 맛과 향이 난다. 일본 사람들은 소주를 마실 때 우리처럼 그냥 마시지 않고 찬물이나 따뜻한 물을 섞어서 마신다. 찬물에 타서 마시는 것을'미즈와리', 따뜻한 물을 섞어 마시는 것을'오유와리'라고 한다. 뚜껑을 따 놓거나 잔에 부어놓고 하루 지나도 맛과 향기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희석식 소주는 물을 타면 먹기가 거북하다. 술이 아닌 맹물 맛으로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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