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값이 올랐다. 가장 만만한 메뉴인 자장면 가격이 오르자 서민들은 "피부로 느껴지는 물가가 가히 살인적"이라는 반응이다.
호떡 한 개도 500원에서 700원으로 올랐다. 천원 짜리 한 장으로 먹을 수 있는 붕어빵 숫자도 4개에서 3개로 줄었다. 국민과자 새우깡도 800원이니, 천원 짜리 한 장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천원 한 장이 소중하게 쓰일 수 있는 곳을 찾아봤다.
#자장면 1천500원
모든 중국집의 자장면 가격이 3천원에서 3천500원~4천원으로 일제히 올랐지만 자장면 한 그릇 값이 여전히 1천500원인 곳이 있다. 동성로의'자장이 제일 싼 집'은 자장면 1천500원, 탕수육 6천원으로 저가를 고수하고 있다. 자장면 1인분 양도 다른 가게와 비슷하다.
'자장이 제일 싼 집'배기례 사장은"인건비를 들이지 않는 것이 저가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집은 부부가 운영하고 종업원이 없다. 따라서 배달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격과 맛에 만족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연령층도 다양하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1천500원으로 든든히 속을 채울 수 있는'마지노선'자장면을 자주 찾는다. 1천500원으로 만만하게 자장면집 문을 열 수 있어 아직은 다행이다. 배 사장은"지금까지는 버틸 수 있었지만 밀가루 가격이 더 오르면 1천500원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티셔츠 한 장 2천500원
"옷을 한 보따리 사도 얼마 안 해요. 요즘 이렇게 싼 데가 어디 있나요?"
메트로센터 지하상가'쿨'은 일반 옷가게와 똑같지만 단 하나, 가격이 다르다.'2장에 5천원'이라는 가격표가 여기저기 붙어있다.
이 가게는 재고 물량만 처리하는 곳으로, 출시된 지 보름밖에 안된 따끈따끈한 신상품부터 1년차 재고까지 다양하다. 유행과 크게 뒤떨어지지도 않고 소재도 나쁘지 않다. 니트·카디건·반바지·치마 등 종류도 다양하다. 판매가는 시중가보다 70~90% 싸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원래 3~5만원에 팔리던 것들이에요. 창고에 쌓아놓을 바에 원가 이하로 빨리 팔아서 제품을 순환시키는 것이 좋죠. 요즘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품질 좋은 재고도 많아요."김동욱 사장은"물건을 잘만 고르면 대박"이라고 전한다.
제품가가 워낙 싸다 보니, 소매상들이 물건을 들여가기도 한다. 그럴 땐 티셔츠 한 장에 1,2천원까지 가격이 내려간다고.
# 한 판 같은 피자 한 조각 2천500원
"궁금해서 직접 다녀왔는데 피자 보고 완전 뿌듯했어요."
대구 네티즌의 피자 시식기가 올아 있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한 블로그. 체인점이 아니라 1시간30분이나 버스를 타고 북구 검단동의 한 피자점에 들렀는데, 이건 뭐 거저 주는 기분이었다는 글이 올라 있다.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이 번진 대구피자가게는 코스트코(외국계 창고형 할인매장) 피자점. 대구를 비롯한 전국 7개점을 운영중인 코스트코 피자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피자로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피자 한 조각 크기가 웬만한 피자 한 판 못지 않고, 다섯 조각에 1만2천500원이지만 한 조각씩 2천500원에도 판다. 네티즌들은 손바닥보다 훨씬 큰 피자 한 조각 사진을 직접 찍어 블로그에 올리며 "맛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배 고프고 돈 없을 땐 이곳 피자가 최고"라는 댓글을 달고 있다. 코스트코 피자가 이처럼 값이 싼 이유도 역시 인건비에 있다. 종업원을 줄여 셀프판매 방식을 도입하고 배달도 따로 하지 않는 것. 음료수와 수저는 물론 양파나 소스 같은 피자 재료까지 손님이 알아서 다 챙겨야 한다.
#저가 상품〓저질상품, 아니죠
대구 동성로 요지를 점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저가 화장품 가게들.'뷰티 크레딧','스킨푸드','미샤','더페이스샵','에띄드하우스','이니스프리' 등이 나란히 위치해 경쟁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계속 돼온 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은 이제 일상화됐다. 개당 3,4만원짜리 명품 화장품과 비교해 품질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연령층을 불문하고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 저가 화장품은 스킨·로션·영양크림·에센스를 각각 6,7천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천원대 상품을 판매하는'천냥 백화점','다이소'등은 이미 하나의 인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가격이 싼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 소품들을 한 곳에서 쇼핑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천원대 소품들을 구입해 인테리어를 한다는 주부 천은희(34)씨는'다이소'마니아다.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싸고 질 좋은 상품들을 내놓기 때문에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꼭 들러 신상품을 구경한다"고 말했다.
#저가 상품 다시 뜨나?
가격파괴 바람은 유가폭등, 물가인상 등으로 위축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한미FTA가 올해 내 발효돼 수입쇠고기를 비롯한 저가 미국산 농·축산물이 대거 유입되면 가격파괴 상품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초저가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직거래 방식을 통한 유통비용 축소. 매장 고정비용과 인건비 절감을 통한 박리다매 전략을 추가해 소비자들을 확보한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 가격 파괴 아이템은 바로 육류. 생고기·뒷고기 600g을 1만3천원~1만5천에 파는 체인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1인분(100g~120g)으로 따지면 2천~3천원의 초저가다. 동네마다 하나씩은 꼭 있는 저가 피자전문점이나 분식형 스파게티, 초밥점들도 새로운 가격파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밖에 2008년 저가, 가격파괴 창업트렌드로 자주 오르내리는 아이템에는 재고할인매장, 사무용품 할인점, 수입 저가 매장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임현철 영남외식연구소장은 "그러나 외식 산업의 경우 가격 파괴에 유의해야 한다"며 "한번 내리면 다시 값을 올리지 못하는 음식산업의 특성상 품질이 담보되지 못하면 곧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문을 닫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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