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걷고싶은 길]대구 동구 방촌동 금호생태공원

자전거 타다…걷다가…자연에 흠뻑 빠지다

"어릴적 고추를 달랑거리며 모래찜질 하는 엄마 따라 멱감고 마시던 그 맑은 물…."

대구 동구 방촌동 아파트단지를 빠져 나와 금호생태공원(화랑교~율하천 2.1km) 산책로를 따라 걷다 화랑교 지점에 이르면 고(故) 이설주 시인을 기리기 위해 후인들이 남긴 금호강 시비를 만날 수 있다. 시인이 추억했던 금호강 풍경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지만 금호생태공원은 그때 그 시절 정취에 잠깐이나마 젖어볼 수 있는 멋들어진 곳이다.

시비를 지나 인터불고호텔과 마주한 구간. 걸음을 잠시 멈추고 철새 조망용 의자에 앉았다. 저 멀리 강변에 어린 손자와 함께 산책을 나와 강을 바라보고 있는 노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길게 드리운 보리수 나무와 햇빛을 받아 누렇게 반짝이는 잔디가 눈부시고, 다시 돌아온 맑은 금호강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오리떼들이 정겨움을 더하며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출하는 듯 하다. 매일 이곳에서 1시간씩 산책을 즐긴다는 박정호(65)씨는 "날씨가 풀리면서 하루가 다르게 경치가 아름다워지고 있다"며 "강을 따라 한가로이 거니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금호생태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과 자전거가 함께 한다는 점이다. 맨 위에 산책로와 벤치, 중간에 자전거도로, 아랫쪽에 잔디 강변이 이어지는 것. 신천둔치에 비해 걸어다닐 수 있는 공간이 훨씬 넓어 좀 더 시원한 기분이 들고 주변 풍경도 탁 트인다. 사람과 자전거 길의 구분이 없는 신천과 달리 자전거도로도 따로 설계했기 때문에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도 더 편하다.

화랑교를 지나 아양교에서 율하천까지 이어지는 길은 걷는 것도 좋지만 뛰거나 자전거를 타기에도 그만이다. 잔디 강변폭이 줄어들면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하나로 합쳐지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흙길도 사라지고 투스콘 계열의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예쁘게 포장해 경기장 트랙같은 느낌을 준다. 빨간색 길은 사람이 지나다니고, 파란색 길은 자전거가 통행하도록 설계됐다. 자전거 동호회원 이종문(47)씨는 "조금 좁기는 하지만 대구에서 자전거 타기에 가장 좋은 길이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나오는 편"이라며 "주말이면 자전거와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고 귀띔했다.

금호생태공원 산책로는 1999년~2002년까지 4년간 공사를 통해 대구시민들의 새로운 휴식처로 거듭났다. 동구 방촌동'용계동을 낀 금호강 우안에 3만5천㎡의 잔디광장을 조성하고 마사토 흙길과 조깅 코스, 자전거도로를 개설해 누구나 한 번쯤 걸어보고 싶은 길로 새로 태어난 것.

산책로를 따라 걷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마음 내킬때면 언제나 잔디광장에 잠시 쉬어가며 자연에 흠뻑 빠지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산책로엔 또 느티나무 등 6종 1천296그루, 초화류 2만3천300포기 등 나무와 꽃이 가득하고 화랑교와 아양교 근처에는 지압보도도 마련돼 걷는 즐거움을 더한다.

화랑교와 아양교 사이 강변 축구장도 하루종일 동호회원들로 북적인다. 강바람을 맞으며 공을 차는 기분은 그 어디에도 견줄 바 없다. 정한수(52)씨는 "축구장에 자리가 없으면 산책로 주변의 무료 풋살경기장을 찾기도 한다"며 "경기를 끝내고 산책로를 따라 걷는 기분이 정말 상쾌하다"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