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동의 전시 찍어보기] 송광연 초대전

민화와 팝 아트의 접목

송광연 초대전 / 4월 9일까지 / 맥향화랑

오늘날의 작가는 자기 스스로의 제약 말고는 예술 외적인 어떤 강제도 받지 않는다. 절대적인 자율성을 통해 예술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데, 오히려 주어진 자유가 너무 커서 비틀거릴 뿐 이제 예술에서 못할게 없다. 목표는 바로 현재의 우리 삶과 존재를 그리는 것, 그 도전의 전 과정이 피륙의 무늬처럼 오롯이 드러나는 것이 작품이다.

이제는 우리가 포스트모던한 상황에 살고 있다는 증거가 좀 더 확실해졌는지 요즘 미술계는 기존 모더니즘 미술의 방법적인 문제나 철학적인 개념 내용에는 벌써 관심이 떠난듯하다. 그보다는 구상회화의 감각적인 자료들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현재 화제에 오르는 작가들도 거의 재현과 묘사 위주의 작품성에서 평가받는 이들로 국한되는 인상을 준다.

맥향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나비의 꿈'전의 송광연도 사실적인 세부 묘사에는 일가견을 보이는 화가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아마도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그림의 감쪽같은 모방에 놀랄지도 모른다. 정작 워홀은 자신의 작품 이미지들을 대개 사진을 이용한 인쇄기법으로 만들었는데 이 작가의 차용 방식은 하나하나 모두 손의 기술에 의존해 옮긴다.

그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 유명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이 대담한 전용의 의도는 무얼까. 또 그 위에 그려진 꽃과 나비의 그림들은 그의 독창적인 것들인가? 대개가 민화에서 가져온 말하자면 오리지널은 없는 패턴과 같은 이미지들이 그 출처이다. 그런대도 이런 복제된 이미지들에서 경박함이 아닌 묘한 우수의 분위기가 감도는데 '포스트모더니즘의 멜랑콜리(우울)'를 느끼게 한다.

그의 그림에는 지난 예술에 대한 강렬한 희구가 담겨 있다. 모란을 중심 모티프로 한 민중의 예술인 그 장식적인 꽃 그림들을 통해서 과거에 미가 기능과 함께 했던 미술을 이 작가는 꿈꾼다. 자신의 그림을 자수 그림에 비유하는 것은 바느질로 수놓고 있는 옛 여인들의 노동이 아름다움의 구현과 동시에 소망을 빌어주는 효력으로 보상받았다는 사실을 상징한다. 그런 예술의 기능을 회복하고자 하는 꿈을 작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팝아트는 어려운 추상미술의 철학적인 무게를 지워버리고 대담한(천박한) 색채와 명확한(범속한) 형태로 대중들의 시각을 자극하며 등장했다. 발랄하지만 의미가 없고 상징회화로서는 종말을 고한 그 미술이 어떻게 힘을 발휘했는지? '행복한 눈물'로 우리에게는 더 유명해진 팝아트의 이미지들이 지닌 그 예술적 진실을 민화의 전통을 현대화하는 과정 속에서 파헤쳐 보려고 하는가 보다. 너무 순진한 의욕인지 모르지만 그 야심만만한 시도가 이 작가의 그림은, 난삽한 텍스트에 방해받지 않는 '눈(머리가 아닌)으로'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김영동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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