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들을 위한 화초가 관엽식물이라면 야생화는 관엽식물 재배로 화초 키우기의 정석을 배운 이들이 다음 단계로 시도하는 식물이다. 습도와 채광, 통풍 등 야생에 적합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 특히 아파트 베란다 공간은 야생화가 자라기 최악의 조건이다. 아파트 베란다라는 사막 같은 공간에서 기적을 만든 이를 만났다. 18년차 주부 형갑수(45)씨가 주인공. 그녀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200여점의 야생화 기적을 일궈냈다. 관엽식물보다 손이 많이 가는 대신 특유의 멋과 운치를 즐길 수 있는 야생화. 야생화를 통해 봄을 만끽해보자.
▶개별적 특성 파악이 우선
그녀에겐 베란다에 있는 야생화 200여점 외에도 다른 집에 '위탁'맡긴 야생화 역시 150여점에 이른다. 이처럼 많은 야생화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야생화의 특성을 개별적으로 파악,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금사남천으로 첫 야생화를 대면했던 그녀는 최근 남천의 가지를 자른 후 옮겨 심기에 성공했다. 키워내는 것만으로 벅찬데 나눠심기까지 성공한 것. 현재 5년째 키워낸 남천은 작은 크기와 달리 십만원 대를 훌쩍 넘는다. "여름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햇살을 비춰져야 해요. 그 후엔 너무 뜨거워 야생화가 살 수 없거든요. 통풍과 수분 역시 남천을 세심히 들여다본 뒤 조절해줘야 해요." 남천 하나가 가진 특성을 파악한 뒤 다른 양치식물에도 관심을 넓혀 야생화를 확대해갔다. 물론 동호회 활동을 통해서 정보 수집도 이어갔다. "키우면서 알게 되는 정보 중 유익한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야생화는 책대로 크지 않거든요." 야생화도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6년째 베란다에서 꿋꿋이 자라고 있다.
▶비용 아끼는 노하우 찾아야
야생화는 키우는 데에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양치식물의 경우 돌을 사야할 뿐 아니라 화분이나 거름 등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 양치식물의 경우 가까운 야산에서 가져온 작은 돌에 뿌리를 내리고 키웠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 돌을 살 필요도 없을 뿐더러 야생화가 처음 만난 돌에 뿌리를 내리는 진귀한 장면을 직접 지켜볼 수 있기 때문. "정석대로 키우기엔 어려움이 많아요. 나만의 노하우를 터득해 발전해나가면 키우는 재미도 배가 되요." 그녀는 최근 비닐하우스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다른 집으로 위탁갔던 야생화를 한데 모아 키우기 위해서다. 많은 돈을 들여 하우스를 만들기보다는 건물 옥상 같은 곳에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키우는 재미에 빠져보고 싶어서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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