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티베트 유혈사태의 내면

인디애나 대학이 소재한 미국 인디애나주의 인구 10만명의 대학도시 블루밍턴. 거의 해마다 미국 전국 매스컴이 조명되는 도시다. 바로 달라이 라마의 방문 때문이다. 작년 2007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디애나 주지사와 대학총장을 비롯한 지역인사들과 붉은 가사를 입은 수십여명의 티베트 승려들이 운집한 가운데 강연장 밖에서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40달러의 입장료를 내면서까지 긴 줄을 서서 오랫동안 입장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면서 불교세계의 영적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는 비폭력 운동의 옹호자 달라이 라마의 미소를 머금은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올해는 이러한 달라이 라마의 미소 띤 얼굴을 보기가 힘들지 모른다. 티베트(西藏)에서의 유혈시위사태 때문이다. 2008년 3월 10일 달라이 라마의 인도 망명 49주년을 맞아 라마교 승려들이 벌인 소규모 시위가 14일 수도 라싸 인근에서 대형시위로 번지면서 사망자 수가 10여명 내지 100여명으로 늘어나고, 인근 쓰촨(四川)성과 간쑤(甘肅)성까지 시위가 확산되면서 중국경찰이 1천여명에 이르는 티베트 시위대를 체포하였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티베트 사태에 대한 국내의 언론보도는 선정적이고 피상적이라고 할 만큼 사태를 유발한 본질적 원인 규명과는 차이가 있다. 현재까지 주로 '5월 광주사태' 정도로 인식하여 시위의 자극적인 현장사진을 보여주면서 희생자 수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일부 언론은 인권문제와 결부시켜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올림픽이 무사히 잘 치러질 수 있을지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는 정도이다. 그리고 또 다른 언론은 역사적 관점에서 중국과 티베트의 영토분규를 둘러싼 양측의 속국과 독립국 논쟁 등을 서술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티베트 유혈 시위사태의 본질은 중국 내부의 3가지 요인들, 즉 빈부격차, 소수민족정책 및 중화제국주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1986년부터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한 이래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나, 그 결과 나타난 내륙과 동남부 해안 지역 간 빈부 격차는 심각할 정도이다. 이를 메우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티베트와 위구르 등 소수민족이 주로 거주하는 낙후된 중국 서북지역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西北大工程(서북대공정)과 '하늘길'이라 불리며 2006년 7월 1일 개통된 시닝(西寧)에서 라싸(拉薩)까지의 칭짱(靑藏)철도 등을 건설하였다.

그러나 현지의 소수민족들은 이를 소수민족의 정체성 훼손 문제로 인식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즉 낙후지역의 경제발전을 도모한다는 구호 아래 중국의 漢(한)족을 대거 이주시켜 돈벌이를 하게 함으로써 현지 소수민족과의 경제적 격차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이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경제개혁정책이 가속화되면서 '공산주의' 이념의 지속화에 한계를 느낀 당국은 국가통합을 위해 '중화제국주의'를 강화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 티베트민족은 이러한 정책을 소수민족의 불만을 잠재우고, 중국의 내부로 편입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의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티베트는 70여종의 귀중한 각종 광물자원, 중국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수자원, 그리고 중국 내 5위의 삼림축적량 등 엄청난 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세계체계론에서 주장하듯이 변방의 자원은 싼값으로 중국 동부로 보내지고, 현지 소수민족들의 사정은 열악하여 이주 한족들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티베트 유혈 사태의 이면에는 이러한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빈부격차, 민족문제 및 중화제국주의 등의 요인들이 난마같이 얽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실타래가 원만하게 풀려 달라이 라마의 얼굴에서 미소를 보게 될 날은 언제 올 것인가?

이채문(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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