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런데, 박근혜는 언제 오느냐" 친박벨트 민심 르포

대구의 달서갑·을과 경북 구미을, 고령·성주·칠곡 지역은 이른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의원들이 친박벨트를 형성, 한나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기자들이 직접 민심탐방에 나섰다. 아직 '박근혜 바람'은 불고 있지 않지만 지역주민들은 뜨거워지고 있는 선거구도에 서서히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달서갑·을은 선거보다는 경제가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했고, 구미을과 고령·성주·칠곡에서는 대구와는 다르게 민심도 뜨거워지고 있었다.

대구 달서구는 아직 조용하다. 달서구는 3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대구에서 가장 큰 지역이지만 3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모두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친박연대'의 약진 여부가 주목되는 지역이다.

그러나 20, 30대가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 특성 때문인지 아직은 총선에 대한 관심이 덜했다. '친박 벨트'의 핵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유권자의 반응은 특별한 것이 없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대구에 오는 이번 주말쯤부터는 한나라당 후보와 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현역의원 간의 대결에 대한 관심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 무소속 의원들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반반으로 갈리고 있다. 용산동 롯데캐슬아파트에 거주하는 60대의 한 퇴직공무원은 "어떻게 만들어낸 정권이냐"면서 "반드시 한나라당 후보를 찍어서 지역발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동 홈플러스에서 만난 한 30대 주부는 "TV에서 봤어요. 젊고 똑똑해 보이던데…"라며 앵커 출신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호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성서공단에 근무하는 권오혁(49)씨는 "지금 버는 돈으로는 자식들 대학 보낼 엄두가 안 난다"며 "지역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경제를 잘 아는 국회의원이 당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무소속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또 20대 후반의 한 여교사는 "한나라당 공천이 실망스럽다"며 "차라리 검증된 무소속후보에게 기대를 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 캠퍼스는 예상대로 정치 무풍지대였다. 계명대에서 만난 장다슬(22)씨는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모른다"며 "공약이나 소신을 접할 기회가 없었고 시험에 쫓겨서 그런지 총선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정치보다는 오히려 경제에 더 관심이 많은 주민들도 다수였다. "선거하면 밥 먹여 줍니까." 상인동 롯데백화점 앞에 자리 잡은 한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앞에서 노점상을 하고 있는 박복자(58·여) 씨는 '누구를 찍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월배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김효분 할머니도 "이명박 찍으면 금방이라도 잘살 것 같이 말했지만 장사는 더 안 된다"며 "대통령도, 한나라당도 못 믿겠다"고 불평했다. 월성동에서 작은 가게를 하는 김성수(48)씨는 "어느 후보도 지역민의 눈높이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며 "그래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움직임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이다. 도원동에서 만난 한 30대 주부는 "뉴스를 보면 '친박'이니 '친이'니 서로 싸우기만 하는데…"라면서 "제발 정치인들 서로 싸우지나 말라고 전해주세요"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는 언제 오느냐"고 묻는 등 박 전 대표에게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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