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도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국보 1호를 복원하는 데 제가 가지고 있는 나무가 사용된다는 자체만으로도 가슴 뿌듯한 일입니다."
숭례문 복원에 조상 대대로 키워 온 거송을 기증하겠다고 나선 권동충(65·영덕군 창수면 인천리)씨. 기증 의사를 밝힌 소나무는 모두 6그루로 3m 정도 둘레에 높이가 10m 이상 되는 수령 200~300년의 거목이다. 가격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권씨가 이들 소나무를 지켜온 사연도 남다르다. 1960, 70년대 벌목이 유행하던 시절, 할아버지가 "이 소나무들만은 베지 말라"고 각별한 당부를 하는 바람에 권씨가 직접 산에 올라가 손수 새끼줄로 동여매고 지킨 나무라는 것이다.
"윗대 어른들부터 특별히 관리해 오던 나무라서 혼자 결정하지 못하고 서울 부산에 사는 형제들과 상의했습니다. 하나같이 제 뜻에 선뜻 따라 줬어요." 권씨가 6그루를 기증키로 한 것도 형제들 수에 맞춘 것. 한사람당 한그루씩 기증한다는 의미에서다. 권씨의 소나무는 전문가 감정을 통해 복원용 재목으로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아 놓은 상태다.
이처럼 숭례문 복원에 써달라며 문화재청에 소나무를 기증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20일 현재 전국에서 기증의사를 밝혀온 사람은 200명 정도. 권동충씨, 울진 백암온천 단지 인근 야산에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갖고 있는 원덕부(70·울진 온정면)씨 등 경북지역에서만도 약 3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어떤 자재로 복원할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조심스럽다"면서도 "국산 소나무로 복원하게 된다면 전문가를 파견, 사용 가능 여부를 심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숭례문 복원 재목으로 봉화 춘양목도 주목을 받고 있으나 대부분의 나무가 수령 50~60년생으로 굵기와 크기가 작아 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주국유림관리소 백인수 소장은 "숭례문 기둥 등에는 지름 80㎝~1m 이상의 특대형 소나무가 필요한데, 문화재청 관계자와 춘양면 서벽리·재산면 갈산리 등 임야를 답사했지만 문화재 복원에 적당한 나무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황이주·마경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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