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골은 간이상수도, 아파트촌은 외국산 생수

오늘 '물의 날'…노는 물이 다르면 마시는 물도 다르다?

#1. 대구 달성군 유가면에 사는 김모(65)씨는 수돗물을 마실 수 있는 집이 부럽기만 하다. 상수도가 설치되지 않은 김씨 동네에서는 정수된 수돗물이 들어오지 않아 간이상수도를 이용하는 집이 상당수다. 최근 간이상수도 물의 탁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통보를 들었지만 김씨로서는 이 물을 마시는 수밖에 없다. 그는 "낙동강에서 페놀이 검출돼 수돗물 마시기가 겁난다는 사람이 많지만 실감이 안 가는 얘기"라며 입맛을 다셨다.

#2. 21일 오후 롯데백화점 대구점 지하2층 생수 매장. 아이를 업고 온 이모(32·여)씨는 고가의 외국산 프리미엄 생수가 늘어선 진열대에서 한참 고민하다 한병(500㎖)에 5천원 하는 오스트리아산 '와일드 알프 베이비 워터'를 집어들었다. 이씨는 "수돗물은 끓여도 못 믿겠고, 정수기 물은 몸에 좋은 미네랄까지 걸러낸다니 탐탁잖다"며 "좀 비싸지만 아이에게 좋은 물을 먹이고 싶다"고 말했다.

22일 물의 날. '마시는 물'도 부익부 빈익빈 시대다.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으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깊어진 가운데 한쪽에선 대장균이 검출된 지하수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백화점에서 고급 생수를 사고 카페에서 외국산 물을 주문해 마시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수돗물도 부럽다=고층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선 달성군 화원읍 본리지구에서 불과 1㎞ 떨어진 화원 본리1리 인흥마을. 이곳에서는 전체 250가구 가운데 25가구(98명)가 간이 상수도를 사용하고 있다. 개울 옆 논두렁에 놓인 노란색 물탱크가 식수원. 마을 이장 정순완 씨는 "수도관을 가정내로 끌어들이는 시설 설치에 드는 80만~90만원이 부담스러워 많은 노인들이 아직도 간이상수도를 이용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구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달 이곳의 간이상수도 수질을 검사, 분원성 대장균군과 총대장균군이 검출됐다며 먹는 물에 부적합하다는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정씨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놀라워했다.

대구에서 현재 간이상수도를 이용하는 지역은 달성군 지역 68개 마을과 동구 팔공산 일대 31개 마을 등 모두 99곳으로, 1만여명의 주민들이 상수도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달성군의 경우 유가면 쌍계 2리 동부마을상수도(1.43NTU)와 유가면 본말 2리 계실 소규모급수시설(1.87NTU)에서 탁도가 기준치(0.5NTU)를 초과해 수질 검사 불합격 통보를 받는 등 간이 상수도의 수질 안전성이 취약하지만, 주민들로서는 별 방법이 없다. 달성군 측은 "물탱크를 청소하고 수질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것 외에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수돗물을 왜 마셔?=수돗물에 대한 불신과 웰빙 바람을 타고 '기능성'과 '건강성'을 강조한 프리미엄 생수가 인기 급상승 중이다. 미국 드라마 'CSI'와 '섹스 앤 더 시티'에서 할리우드 배우들이 수시로 들이켜던 '피지워터'(500㎖/1천800원), 해양심층수인 일본의 '마린파워'(500㎖/3천원), 캐나다산 빙하수로 만들었다는 '휘슬러워터'(500㎖/1천500원), 이탈리아산 탄산수인 '아주아'(750㎖/3천400원) 등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 백화점 측은 "고급 생수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생수매장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의 높은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젊은 여성들 사이에 고급 생수가 스타벅스 커피 못잖게 인기를 끌고 있고, 고급 물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워터 카페'까지 등장했다.

워터 카페는 조만간 대구에서도 문을 연다. 트랜스지방독(毒) 퇴출 시민단체인 '노 트랜스클럽' 측은 22일부터 대구의 80여개 커피숍, 호텔 등을 대상으로 워터 카페 운영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단체 관계자는 "유명한 생수인 에비앙, 페리에, 휘슬러워터 등의 제품을 팔 계획"이라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카페에서 생수를 돈 주고 마시는 풍경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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