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티베트와 영화

지난해 6월 티베트의 라싸 공항에 내렸을 때 느낌이 새롭다.

정말 살얼음이라도 깨질 듯 '쨍'한 느낌의 하늘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마치 편광 필터를 댄 듯 짙은 코발트빛이었다.

그곳이 지금 총성과 화염이 싸인 아비규환의 시위의 땅이 된 모습을 TV로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이를 데 없다. '영혼의 땅'이 '아픔의 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인들 중에 티베트를 지지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리처드 기어다. 그는 이번 사태가 벌어지자마자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올림픽 참가를 거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할리우드의 유명한 라마불교 신자다. 티베트를 옹호하면서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대표적인 배우다.

기어는 1980년부터 달라이 라마의 미국 내 최대 후원자 중 하나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달라이 라마를 처음 친견한 이후 자비심을 발견하고, 내 마음을 바라보는 리듬이 생겼다"며 하루에도 1시간 이상씩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티베트 인권옹호 국제단체인 국제티베트운동(ICT)의 의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죽음의 표적' '언더씨즈'의 액션스타 스티븐 시걸도 라마불교 신자. 그러나 주로 폭력물에 출연하는 바람에 불교신자로부터 '나이롱 신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외 '쿤둔'을 연출한 마틴 스콜세지도 티베트에 우호적인 인물이다. 2000년 작 '쿤둔'은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삶을 다룬 전기 작품. 두 살의 나이에 14대 달라이 라마가 되어 중국 공산당의 침입으로 티베트에서 쫓겨나기까지의 이야기를 상당히 관조적이며 아름다운 영상으로 보여준 영화였다.

마틴 스콜세지는 1950년대 티베트에 관련된 영화들을 보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티베트의 슬픈 망명 역사를 안타깝게 보던 그는 리처드 기어와 함께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서 '쿤둔'의 영화제작을 결심했다.

티베트와 관련된 영화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장 자크 아노 감독의 '티벳에서의 7년'일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산악인으로 달라이 라마와 7년간의 교분을 나눈 하인리히 하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실제 달라이 라마를 만나고, 격변기 티베트 역사의 산 증인들과의 인터뷰를 하는 등 18개월간의 철저한 사전 준비를 거쳐 제작되었고 브레드 피트가 주연을 맡아 열연한 작품이다.

흰 눈을 이고 티베트의 역사를 지켜보는 영화 속 설산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난해 6월 초여름의 대구와 달리 라싸가 무척 생소하게 느껴졌던 것도 설산이었다. 그 차가운 설산은 국제사회에 소외된 핍박받는 티베트의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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