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22살의 북한 청년이 목숨을 걸고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 귀순 동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세계일주를 위해서'라고 대답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KBS2 '인간극장' 5부작은 24일 오후 7시30분부터 5일간 '꽃순이와 나무꾼'을 방송한다. 귀순용사 리영광(63) 씨. 그는 개마고원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압록강 너머 세계에 대한 꿈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세계일주'는 너무나 먼 꿈이었다.
강원도 정선 깊은 산골. 세계 일주를 꿈꾸던 푸른 청년은 어느새 머리와 수염에 하얗게 서리가 앉은 나무꾼이 됐다. 목숨을 걸고 온 남쪽 땅. 하지만 낮에는 때때로 간첩으로 오인 받고, 밤이 되면 귓가에 총소리가 멈추지 않는 남한에서의 생활은 넓은 세상보다 그를 점점 더 깊고 외로운 곳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그렇게 지금의 단임골에서 20여년 동안 외로움을 벗 삼아 혼자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한 여인이 찾아왔다. 박안자(58)씨다.
그녀는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하면서 절망 속에 빠졌다. 우연히 TV에서 나무꾼 이씨를 보고 무작정 이곳을 찾아왔다.
절망의 끝에서 만난 나무꾼은 그녀에게 '꽃순이'라는 예쁜 이름을 붙여주었고, 다시 살아야 할 이유와 함께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겨울이면 살을 에는 산골 추위에, 눈이 무릎까지 쌓여 며칠을 갇혀 지내는 것은 다반사. 추위를 많이 타는 꽃순이를 위해 나무꾼은 험한 산골을 헤집고 다니며 땔감을 장만하고, 도끼질 하느라 힘들었을 나무꾼을 위해 꽃순이는 서툰 솜씨지만 하루에도 서너 번 씩 계곡물을 떠다 날라 밥을 짓고 찌개를 끓인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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