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글에서 대구시향 연주회 입장권이 5천원이라고 했더니, 정말이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사실이다. 비빔밥 한그릇 값이면 좋은 클래식 음악 공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이참에 클래식 음악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대구시향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몇 자 적어보려 한다.
대구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인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있다. 1964년 창단 이래 좋은 연주를 시민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뛰어난 연주자를 초청하여 협연하기도 하고, 근년에 들어서는 현대음악으로까지 그 레퍼토리를 넓히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대구시향은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대구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연주단체가 되었다. 매달 열리는 정기연주회에 가보면 좌석이 꽉꽉 찬다. 이 모든 것이 상임지휘자 이현세 선생을 비롯한 단원들이 땀 흘린 결과임을 잘 안다.
그러나 대구시향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탓인지 아쉬움 또한 없지 않다. 먼저, 현악이나 타악 파트에 비해 관악 파트의 기량이 떨어지는 것은 연주회 때마다 매번 아쉬움으로 남는다. 연주 실황을 음반과 영상물로 남기는 작업 또한 필요하다. 서울 강남 심포니와 제주시향처럼 음반과 영상물을 제작 배포한다면 대구시향을 널리 알리고 클래식 음악 애호가의 저변을 넓히는 팬 서비스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대구시향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문화예술회관 건물의 리모델링이다. 1990년에 지어진 공연장은 시설이 너무 낡아 의자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이다. 작년에 문을 연 수성아트피아와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하다. 대구시의 전폭적인 예산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50만명이 살고 있는 독일의 작은 도시 드레스덴에는 46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슈타츠카펠레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향악단만도 4개나 된다고 한다. 대구는 인구가 250만명이 넘는다. 그런데 꾸준히 연주 활동을 하는 단체는, 내가 알기에는, 대구시향과 대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도다. 다행히 지난해 말 수성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창단되었다. 이들 연주 단체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면 모두가 대구를 대표하는 훌륭한 교향악단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님은 우리나라가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소망하셨다. 물건에만 명품이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에도 명품이 있다. 나는 대구시향이 우리 대구를 대표하는 명품이 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오늘도 제343회 정기연주회가 열리고 있는 문화예술회관 한구석 삐걱거리는 의자에 앉아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격려의 박수를 치며 앙코르를 외친다.
변준석(시인·영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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