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마다 신입생 환영회(오리엔테이션)가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부어라, 마셔라'가 판치는 술판으로 전락하거나 군대식 기합 및 얼차려 등으로 학생이 사망에까지 이르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던 대학 신입생 환영회가 대학생활 가이드나 각종 친목도모 프로그램 등을 장착한 건전한 행사로 변하고 있다.
◆술은 NO! 맞춤형 OT!
올해 경북대 경영학부에 입학한 진종민(19)씨는 최근 1박 2일로 진행된 단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다녀온 뒤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그동안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비친 술과 얼차려에 물든 신입생 환영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딴판'이었기 때문.
"대학 선배들도 신입생 환영회는 술을 많이 마셔야하는 자리라고 했어요. 그런데 이번 경상대 오리엔테이션은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오히려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과의 만남을 통해 향후 진로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뜻깊은 자리가 됐지요."
경북대 경상대는 최근 중소기업진흥공단 대구경북연수원에서 진행한 1박 2일간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독특한 프로그램들을 처음 도입했다. 대기업에 취업한 졸업생들을 초청해 신입생과의 만남을 주선했는가 하면, 해외교환학생·해외자원봉사·글로벌챌린지 등 대학이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한 재학생들과의 만남, 학부모와 함께하는 작음 음악회 등 술과 얼차려 대신 신입생들이 대학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꿈을 키울 수 있는 자리로 만든 것이다.
이홍우 경상대 학장은 "이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교수와 졸업한 선배, 학부모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신입생들이 미래에 대한 비전과 그 실천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자리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환영회…
계명대 계명국제대학(KIC)은 올해 신입생 환영회에 '헤드스타트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먼저 시작하는 선수과정'이라는 의미의 이 프로그램은 신입생들이 3박 4일 동안 합숙하면서 팀 프로젝트와 강의, 학생과 교수들 간의 교감 증대를 위한 멤버십 프로그램으로 짜였다.
특히 합숙기간 동안 '무인도에서 벽돌 2천개로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신입생 5, 6명이 팀을 구성해 생존방안을 강구한 뒤, 마지막날 프레젠테이션으로 팀별 우위를 가리는 프로그램은 신입생들의 큰 인기를 얻었다. 다양한 생존 아이디어가 속출한 가운데 '벽돌로 봉화용 타워를 만들어 구조신호를 보낸다'는 전략을 낸 팀이 1등을 차지했다.
이 밖에도 프레젠테이션 스킬, 효과적인 학습방법, 시간관리, 부정행위와 표절 등 원활한 대학생활을 위한 강의가 줄을 이었다. 신입생들은 "술과 얼차려가 만연한 신입생 환영회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팀을 구성해 학우들과 더욱 친밀해질 수 있었고 앞으로 캠퍼스 생활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술잔 아닌 마음으로…
'신입생 대면식, 술잔 아닌 마음으로!' '설레는 대학생활, 대면식은 싫어요.' '건전한 대면식은 단합과 화합을 목적으로 한 참된 대학문화의 하나입니다'
올해 신학기를 맞아 대구가톨릭대 교정에 학교 총동아리연합회에서 마련한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렸다. 과도한 술잔 돌리기와 군대식 얼차려 등으로 문제시되는 신입생 환영회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인 것. 학교가 나서자 학생들도 신입생 환영회 문화 개선에 동참했다.
각 단대나 학부 학생회에서 올 신입생 환영회를 보다 건전하고 이색적으로 꾸미고 있는 것. 이 대학 도서관학과는 올 신입생 환영회 행사명을 '동행'으로 정하고 복지시설에서 봉사하는 자리로 만들었다. 지난 15일 재학생과 신입생 80여명이 지역 복지시설을 찾아 구슬땀을 흘렸다.
언론광고학부는 신입생과 재학생 등 학부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신입생 환영식을 내달 5일 열기로 했다. 폭력적이고 불건전한 대면식 관행을 바꾸겠다는 선서문 낭독에 이어 한마음 체육대회, 도미노 쌓기 대회, 선후배 간 속마음을 나누는 '자유발언대', '롤링 페이퍼' 등 술 대신 서로의 정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가득 채웠다.
황국웅 학생처장(조경학과 교수)은 "올해를 신입생 환영회 문화개선을 위한 의식 개혁의 원년으로 삼고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며 "학생들도 캠페인의 취지를 잘 알고 적극 동참하고 있어 앞으로 술잔 돌리기나 군대식 얼차려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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