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똑똑한 기업은 사회공헌에 '투자'한다"

'사회공헌활동은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

지역 기업사회에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기 위한 '사회공헌 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대다수 기업들은 회사 수익금 일부를 '기부금'으로 내거나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방법의 사회공헌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곽대석 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은 "이제 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자선'의 차원이 아니라 '투자'의 관점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왜 사회공헌인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는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똑똑한(smart) 비즈니스'라는 경영방침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카드 사용금액의 일정 부분을 특정 공익사업(자유의 여신상 복구 등)에 사용하는 캠페인으로 카드 사용률이 27% 상승했다. 신규 카드 발행률도 10%나 뛰었다.

미국의 사회책임경영 컨설팅업체인 콘로퍼(Cone Roper)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가운데 84%가 "가격이 유사할 경우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브랜드를 구매하겠다"고 응답했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기업에 대해 더 높은 지속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한다.

더군다나 국제 표준화 기구(ISO)가 올해 사회적책임(CSR)에 관한 국제 기준을 제정할 예정으로 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다.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하면 좋은' 일이 아닌 비즈니스에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다.

◆토종 장수기업 '만세'

'사회공헌'은 수십년된 토종 기업일수록 활발하다. 이 가운데서도 직접 소비자를 상대하는 기업일수록 지역 기여도도 높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장학·교육사업(33억), 사회복지(20억), 체육사업(23억), 문화예술사업(10억) 등 지역공헌사업에 92억원을 썼다. 이는 당기순이익이 2천608억원의 3.5%에 해당하는 금액. 특히 'DGB러브펀드'를 만들어 직원들이 매월 1천~1만원씩 내고 회사가 같은 금액만큼 매칭펀드를 조성해 무료급식소, 난치병어린이돕기, 복지시설 위문 등에 20억원을 썼다.

대구은행 장문환 사회공헌팀장은 "국내에서 순이익의 1%를 넘겨 지역 기여를 하는 경우는 잘 없다"며 "하지만 우리는 지역에 기반을 둔 은행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보답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대구백화점은 정기적으로 바자회를 열어 기부금(2006년 1억7천)을 전달하고 있고 임직원들이 매월 이웃사랑 기금을 적립하고 있다. 또 쌀과 물품, 성금 등을 연 1억원 이상 내고 있으며 점포별로 봉사단 운영과 스포츠와 문화부문에서도 다양한 후원과 전시·공연을 한다.

동아백화점은 화성장학문화재단을 통해 장학금을 제공하고 영세민을 지원하고 있으며 문화사업에도 다양한 협찬과 후원을 하고 있다. 사랑의 비둘기봉사단, 화성자원봉사단 등을 통해 봉사활동(2006년 160여회, 2천70명)을 했다. 2006년 기준으로 10억6천만원을 지역 공헌사업에 투자했다.

'몸도 따뜻하게, 마음도 따뜻하게'를 모토로 한 대구도시가스의 사회공헌 활동은 전직원이 매월 5천원씩 내 결식아동이나 육상꿈나무 육성을 위해 쓰고 있고 또 시립희망원 등 500여개 복지시설에 도시가스 요금을 할인해주고 있다. 사랑의 집짓기(한국 헤비타트), 음악회, 사랑나눔헌혈 등 전직원이 참여하는 봉사활동도 활발하다.

◆제조업체들은 '낯가림'

지역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문화·장학재단을 통한 공헌에 주력하고 있다.

에스엘은 2006년 이충곤 회장이 사재 100억원을 출연해 만든 서봉문화재단을 통해 매년 2억5천며만원의 장학금·연구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또 저소득·취약계층 200여 가구에 건강보험료를 지원하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문화 나눔사업'도 하고 있다.

태창철강은 태창장학문화재단을 만드렁 장학금, 학술연구비, 문화예술단체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특하 태창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후원금 1억원, 대구오페라하우스에 9천만원을 내는 등 크고 작은 문화예술 행사에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성서공단 본사에는 미술 전시실과 함께 소극장까지 갖추고 '기업과 예술의 만남'이라 불리는 메세나 활동에 적극적이다.

이밖에도 동일산업, 서도산업, 풍국주정, 조일알미늄 등 10여개의 기업이 장학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주류업체로는 (주)금복주가 금복문화재단을 만들어 장학금과 각종 성금전달에 매년 3억여원씩 지역에 투자하고 있고 한라주택도 2005년부터 40억원을 출연, 효흥장학문화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 1천억원대인 제조업체 가운데서도 사회공헌 사업을 거의 하지 않는 업체도 상당수 있다.

◆외지본사 기업 '무심'

매출이 지역에서 선두권인 성서단지의 한 대기업은 연말에 수천만원의 이웃돕기 성금을 내기는 하지만 사내 봉사동아리만을 달랑 두고 사회공헌 사업에 소극적이다.

또 역외 유출 자금의 주역인 유통 부문 외지 업체도 사회공헌 활동에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매년 1조 5천억원이 역외로 빠져 나가고 있지만 서울 본사 백화점과, 대형소매점 등은 본사 중심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지역에 대한 기여도는 턱없이 적고 점포별로 회사 이미지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 정도만 운영할 뿐이다.

이들 회사 관계자들은 "기업을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최고의 지역 기여다"고 항변하지만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생존의 필수요소로 인식되는 때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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