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재섭, 朴과의 동거 끝…차기 경쟁 시작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총선 불출마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했다.

이는 총선을 목전에 두고 터진 박근혜 전 대표와 이재오 전 최고위원, 이상득 국회부의장 등 실세들을 둘러싼 권력투쟁양상이 자칫 수습불가국면으로 빠져들고 총선에도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강 대표의 기자회견 예고가 조윤선 대변인을 통해 '정국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중대한 발표'로 전해지면서 '대표직 사퇴설'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총선불출마는 예상밖이었다.

13대 전국구에 이어 14대부터 대구 서구에서만 4선을 한 강 대표가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고 나선 것은 향후 정국을 내다본 '결단'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자신을 정면 공격하고 나선 데 대해서도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박 전 대표 얘기를 들으니까 (내가)도와주려고 많이 노력했는데도 마치 박 전 대표를 친 사람으로 매도했고 나도 그 부분에 대해 구질구질하게 변명하는 것이 싫었다"며 박 전 대표의 공격이 총선불출마를 결심한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총선불출마는 "박 전 대표가 지적한 공천잘못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번 공천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대표로서 일거에 수습하기 위해서는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즉 '큰불은 크게 꺼야 한다'는 평소 그의 지론이었다는 것이다. 권력투쟁양상으로 불거지고 있는 공천파동 후유증이 강 대표의 불출마로 완전히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는 "18대 국회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강재섭이 죽는 것이 아니다"면서 걱정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을 노리고 있는 것일까.

당장 그는 당의 선대위원장으로서 전국 지원유세에 나서야 한다. 당내분사태를 수습하고 과반의석확보가 달성될 경우 그는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다. 총선과정에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을 알리는 한편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 등의 요직을 맡아 행정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 어차피 차기를 겨냥하고 있는 박 전 대표와의 경쟁도 시작됐다. 불출마선언을 지금껏 박 전 대표와의 전략적 제휴관계를 청산하고 본격적인 차기경쟁에 나서겠다는 선언으로 보지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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