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강재섭 현 대표의 애증관계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표가 23일 "저도 속았고, 국민들도 속았다. 당 대표와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강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리자 5시간 뒤 강 대표가 '총선 불출마'를 전격선언했다. 박 전 대표의 압박 카드에 강 대표가 '벼랑끝 전술'로 되받아친 모양새다.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각각 대중정치인으로 성장한 박 전 대표와 강 대표는 줄곧 '긴장과 협력' 관계를 형성해 왔다. 박 전 대표를 정치권에 입문시킨 사람은 강 대표였다. 강 대표는 지난 1998년 4·2 재보선 당시 문경 출마를 저울질하던 박 전 대표를 한나라당에 영입, 달성군에 출마하도록 했다. 강 대표는 "아버지의 못 다 이룬 뜻을 펴보라"며 출마를 설득했고, 자신이 직접 선대위원장을 맡아 박 전 대표를 지원했다.
2004년 탄핵 역풍 때는 '박근혜 유일 대안론'을 내놓으면서 다시 한 번 '조력자' 역할에 나섰고, 박 전 대표는 탄핵 역풍 와중에서 당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박 전 대표의 성장에 강 대표가 결정적인 기여를 한 셈이다.
박 전 대표도 강 대표에게 신세를 갚았다. 박 전 대표는 당 대표를 맡았던 지난 2005년 강 대표가 원내대표가 되자 투톱체제로 손발을 맞췄고 2006년 전당대회때는 강 대표가 이재오 전 최고위원에게 밀리자 강 대표 지원에 나서 대표최고위원으로 당선시켰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전략적 제휴관계'가 유지됐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맞붙은 대선후보 경선에서 강 대표가 '중립'을 지키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결국 공천파동을 겪으면서 박 전 대표가 강 대표를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서자 강 대표는 그동안의 애증관계를 정리했다. 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사덕 전 의원이 대구 서구 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해 박 전 대표와의 사전교감설이 제기되기도 했던 상황이다.
이제 두 사람은 차기를 두고 본격적인 경쟁관계에 접어들었다. 협력보다는 경쟁관계로 접어든 두 거물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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