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평생 다 해볼 수 없는 것 네가지가 있다 한다. 중국 음식을 다 못 먹어보고(너무 종류가 많아서), 중국땅을 다 못 가보고(워낙 넓어서), 중국 글자를 다 못 써보고(한자 수가 너무 많아서), 중국말을 다 못 해보고(사투리가 하도 많아) 죽는다는 거다. 광대한 국토, 세계 최다 인구를 둔 나라답다.
특히 언어 방면에서 중국은 유별나다. 어느 나라나 사투리는 있고 대개는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한데 비해 중국의 그것은 지역에 따라선 완전히 외국어나 다름없다. 예컨대 상하이(上海)나 푸젠(福建), 광둥(廣東) 지역 등의 말은 중국인이라도 통역 없이는 대화가 불가능하다. 같은 省(성)의 도시나 縣(현) 단위에도 각양각색의 사투리가 있다.
땅덩이가 그리 크지 않은 우리나라도 사투리가 적지 않다. 요즘에야 각 지방 고유의 사투리가 많이 퇴색됐고, 언어의 뒤범벅 현상도 적지 않지만 아직도 지역별 언어적 특성은 차이가 많다. 우리 역시 오리지널 사투리만 사용할 경우 대화가 막히기 십상이다. 아이들의 '소꿉놀이'만 해도 통굽질, 도꿉놀이, 동드깨미, 반드깨미, 반주까리, 바꿈살이 등으로 지역마다 다르니 그럴밖에. 군대의 '마카 수그리' 유머 같은 건 사투리의 소통난을 잘 드러내 주는 사례다. 게다가 사투리는 저마다 더 작은 단위의 지역 사투리들로 분화돼 있다. 대구'경북만 해도 북부의 안동'영주'상주 등지의 말이 조금씩 다르고 김천'대구'포항'경주 등지의 말도 고저장단이며 단어 쓰임새 등이 차이 난다. 1, 2분만 대화하면 금방 고향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최근 '한국 언어지도'를 출간했다. 지난 1978년 당시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언어지도' 그리기에 착수한 지 30년 만에 펴낸 우리나라 첫 사투리 지도다. 시군 단위로 전국을 답사하며 파악한 방언의 지역별 분포 및 특징 등이 담겨있다.
언어지도가 일반화된 선진국에 비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한국 방언의 특징과 사회'정치'문화적 동질성 및 차이를 가늠할 수 있는 사투리지도가 나온 것은 의미가 크다. 다만 1985년까지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 만큼 지속적인 추가 연구가 앞으로의 과제다. 사투리는 우리말을 한결 풍요롭게, 맛깔나게 만들어주는 언어의 보물창고이므로.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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