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노부부의 죽음

지난 15일 불에 탄 차 안에서 70대 부부의 시신이 발견된 사건이 대구에서 발생했다. 10년 전부터 치매를 앓던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돌봐오던 노인은 '아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노인은 한동안 아내를 병원에 맡긴 적도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결국 집에서 상태가 악화되는 아내를 돌보다 스스로 한계에 이르러 비극적인 결말을 자초하고 말았다.

치매는 크게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의 경우가 50%를 차지한다. 현재 서구사회에서는 80세 이상 인구의 약 40~50%에서 알츠하이머가 발병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약 20만 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 한국 남자의 평균수명은 75세, 여자의 평균수명은 84세이고, 이 수치는 해마다 높아지는 실정이다. 노령인구는 급속히 증가하는데 비해 정부차원에서 주도하는 노인성 치매환자 대응책은 지극히 미미하다.

2007년 대구시에서 65세 이상 치매환자 수를 1만8천341명으로 추정했으나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본다. 지역의 노인요양병원 수는 32개에 불과하고, 그 중에서도 치매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요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은 몇 군데뿐이다. 더욱이 월평균 100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부담할 수 없어 집에서 환자를 돌보는 많은 가족들의 현실은 비참하다. 치매 초기 단계에 환자의 인지능력을 훈련하여 병의 진행을 늦추고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는 교육기관이나 프로그램도 전무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배우 리타 헤이워스도 생애 마지막 15년간 알츠하이머를 앓았다. 그녀의 딸이 깊은 침묵의 세계에서 살던 어머니를 마지막까지 보살폈는데, 비록 말은 안 해도 눈빛으로 어머니가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현했음을 알았다고 한다. 최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점차 언어와 인지능력의 감퇴, 종국엔 자기 스스로가 누구인지도 모르게 되는 병이 알츠하이머이다.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어 버리는 병을 앓지만 환자는 자신을 돌봐주는 사랑의 손길마저 잊지는 않는다.

정부는 올 7월부터 장기노인요양보험을 시행할 예정인데, 전문의 없이 간호사와 간병사만으로 운영되는 요양시설에만 간병비를 지원할 거라고 한다. 하지만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시설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와 재활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가정에서 가족이 돌보는 치매환자와 저소득층을 위한 요양시설에까지 구체적인 지원이 확대되어야 노부부의 자살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갤러리분도 아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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