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대구수목원 인근 작업장. 팔순의 노인이 66㎡의 공간에서 조그만 부품을 뚝딱거리며 이리 재고 저리 재보고는 뭔가 착오가 있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옆에는 그가 최근 개발한 '미래형' 항공기 좌석, 고속열차 좌석, 우주선 좌석, 다목적 의자가 지켜 서 있고 '미래형 수면 촉진 침대'가 흔들거리고 있었다.
팔순의 발명왕 J·I TECH 장순식(82) 회장, 그는 "내가 살아 있을때 상품화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 없는 문명의 이기를 남기는 것이 마지막 남은 꿈"이라고 했다.
◆미래형 문명의 이기들
장 회장은 5년 전부터 '21세기형 문명의 이기'를 발명하는데 몰두해왔다.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데 전력하기 위해 3년 전 운영해오던 기기부품업체 제일산업사도 정리하고 수년째 '발명실'에 묻혀 발명연구를 해오고 있다. 장 회장이 가장 최근에 개발한 것은 미래형 항공기·고속열차·우주선 좌석. 이른바 다목적 의자다. 현재 국내·외 특허출원 중에 있다.
항공기나 우주선 등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다목적 의자는 좁은 공간에서 접고 펼 수 있는 것은 물론 팔다리·허리 등 신체 부위에 따라 다양한 운동까지 할 수 있는 획기적 제품.
또 불면환자나 병원환자는 물론 직장인들의 수면을 도와주는 '수면촉진형 침대'도 개발했다. 스프링 진파와 원심력, 신체 중력을 모두 고려, 최적의 수면상태로 만들어준다.
장 회장은 이에 앞서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충전용 전동휠체어'를 개발했다. 휠체어 바퀴 옆에 부착된 톱니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계단을 힘차게 올라간다. 이것은 20여년 전 한 장애인이 휠체어로 계단을 오르기 위해 애쓰고 있었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데 착안, 틈틈이 연구하다 5년 전부터 제작에 들어갔다.
"잠자는 시간 말고는 오로지 휠체어 개발에만 몰두했다"는 장 회장은 어느날 톱니를 장착한 '워킹스타일' 개념의 휠체어를 고안하고 결국 성공했다.
◆발명에 평생을 바치다
장 회장의 '발명끼'는 초등학교때부터 시작됐다. 일제시대 때 비록 나무로 만들었지만 프로펠러가 달린 모형비행기를 만들어 일본인 교장으로부터 격찬을 들었다. 1950년대 말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1960년대 초 대구로 내려왔다.
첫 발명품은 자동차 부품 라디에이터. 장 회장은 "돈도 벌고 업계에 공헌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하게 됐다"는 것.
장 회장은 수입에 의존하던 자동차 라디에이터를 2년여 만에 수작업으로 개발해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자동차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장 회장이 1960년대 초반부터 발명에 몰두해 실용신안 등록 제품만도 20여 종, 출원중이거나 의장등록한 제품도 8종에 이른다.
또 장 회장의 히트 발명품 가운데 또 하나는 미끄럼 방지구(아이젠)가 부착된 등산화(상품명 슈팅스타). 평소에는 일반 등산화로 쓰다가 눈덮인 산에서는 아이젠을 펼 수 있는 제품으로 지난 2001년 독일, 프랑스와 함께 세계 3대 국제발명품 전시회의 하나인 '제29회 제네바 국제발명품전시회'에서 특별상과 은상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앞으로도 할 일이 많습니다. 에너지를 30% 절감할 수 있는 에너지용기를 개발중이고 힘이 닿는데까지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발명품을 개발할 생각입니다." 장 회장의 끝없는 도전은 계속된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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