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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아타나…계속 미나…진퇴양난 '한나라' 단체장들

▲ 제18대 총선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24일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서 열린 한 정치 행사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비디오 카메라로 행사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제18대 총선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24일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서 열린 한 정치 행사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비디오 카메라로 행사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의 무더기 공천 탈락과 무소속 출마의 와중에 경북지역 상당수 단체장들의 입장이 진퇴양난이다. 현 의원들의 직간접적인 지원으로 시장·군수에 당선된 단체장들로서는 당원으로서의 도리와 인간적인 의리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며 좁은 지역사회 다양한 인간관계에 얽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혹스런 처지에 놓여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구미을 선거구에서 평소 사이가 좋았던 김태환 의원이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이재순 후보가 전략공천자로 낙점되자 무척 난감한 표정이다. '당이냐 의리냐'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지난 시장선거 때 김 의원의 도움을 받았던 남 시장으로서는 그래서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김 의원을 의리상 모른 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도와줄 수도 없는 입장이다.

김휘동 안동시장도 겉으로는 중립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허용범 후보와 중앙부처 공직생활 동안 각별한 사이였던 무소속 김광림 후보를 두고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김 시장은 지난 21일 한나라당 허용범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경북도의원과 일부 안동시의원들이 허 후보 공개지지를 표명할 때도 나타나지 않았다.

김수남 예천군수의 고민은 또 다르다. 문경·예천 선거구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동생 수철(58)씨가 지난 17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한성 후보를 지원해야 하는 당원으로서의 도리와 그동안 자신을 위해 일해온 아우에 대한 정리를 두고 곤란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처신이 어려운 단체장 중의 한 사람이 김복규 의성군수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김재원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가운데 김동호(54) 변호사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음으로써 이번 총선은 무리없이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정해걸(69) 전 군수가 지난 17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김동호 변호사를 지원했다가 당선이 되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만만찮은 파괴력을 지닌 정 전 군수가 당선될 경우 자신의 재선고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군수는 '중립'을 표명하고 있으나 실제 김 군수의 사조직은 김 변호사와 정 전 군수에게 반반씩 흩어진 상태다. 이에 대해 김 군수는 "사람이란 누구나 친소관계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이철우 전 경북도 부지사와 3선 단체장을 역임한 무소속 박팔용 전 김천시장이 격돌하는 김천의 박보생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박 전 시장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김천시청에서 행정관리국장 등의 요직을 거친 박 시장은 이번에 무소속 출사표를 던진 박 전 시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한나라당 공천으로 시장에 당선된 입장에서 이 후보를 외면하고 팔짱만 끼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자칫 선거 중립이라는 명분으로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가 선거 후 어느 한쪽에서도 환대를 받지 못하는 정치적 '미아'가 될 수도 있어 곤혹스런 처지이다.

신현국 문경시장도 같은 한나라당의 이한성 후보와의 관계가 매우 어렵다. 이 후보는 과거부터 박인원 전 시장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왔고 지금도 박 전 시장의 조직을 활용해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박 전 시장은 두차례 시장 선거를 치르면서 자신과 심한 갈등을 빚어왔고, 이 후보도 자신과 불편한 관계였기 때문이다.

한동수 청송군수도 요즘 가슴이 답답하다. 지난해 12월 청송군수 재선거 때 도와준 김재원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일부 당직자와 주민들이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김동호 후보가 기존의 당직자들을 배제하고 지난해 군수 재선거 때 배대윤 전 군수를 지지했던 인사들을 선거대책본부에 인선하고 있어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한나라당 석호익 후보의 지역구인 고령 이태근 군수도 고민이 없지 않다. 측근들에게는 석 후보 지원을 당부하는 비공개 지시를 내렸지만, 만약 이인기 의원이 당선될 경우 군의회 등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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