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가자율화 치우고 차라리 고시제를"

휘발유 공급가보다 싼 주유소 등장…정유사들 과당경쟁 부추겨 담합 조장

"내가 정유사에서 공급받는 가격보다 더 싼값에 소비자들에게 기름을 파는 주유소도 있는데 기름장사하는 나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정유사에서 주유소에 따라 이중, 삼중의 가격 잣대를 가지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 아니냐."

24일 포항에서 주유소를 경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기름값을 둘러싼 소비자와 정부 및 정유업계와 주유업계 간 논쟁이 빚어지는 것과 관련, "차라리 1997년부터 시행된 유가자율화를 포기하고 고시제로 환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유사에서 받는 기름값에 겨우 1% 남짓한 마진을 붙이거나 과당 경쟁 때문에 원가에 파는 주유소도 많다"며 모든 주유소가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다른 주유소의 B사장은 "정부가 최종 공급자인 주유소만 몰아붙이지 말고 주유업자가 돈 버는지, 정유업체가 돈 버는지 그것부터 먼저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B사장은 "정부와 언론이 마치 주유소가 원유가 폭등 시황을 악용해 부당하게 폭리를 남기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면서 "자식들이나 이웃에게 사기꾼처럼 비칠까 겁난다"고도 했다.

C사장은 "유가자율화 이후 배 불린 것은 정유업체이지 주유업자들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정유사들이 주유소를 난립시켜 과당경쟁을 부추기거나 이런 경쟁을 피하고 살아남기 위해 주유업자들간 담합을 간접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C사장은 "과당 경쟁 끝에 문닫은 주유소는 수두룩하지만 정유업체는 매년 수조원씩의 이득을 남기고 있다"며 기름값만큼은 자율화보다 예전 같은 규제정책을 펴는 게 소비자나 주유업자 모두에게 이득이라고도 했다.

이들 주유업자들이 주장하는 해결책은 예전처럼 주유가격을 완전고시제로 하자는 것. 다만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름값을 매기는 것보다는 부동산 가격에 기초해 지역별로 몇개의 등급별로 차등화하면 소비자나 주유업자 간 기름값을 둘러싼 마찰이나 부작용이 줄어들고 정부의 물가정책도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했다.

또 고시제가 도입되면 삼중, 사중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의심받는 정유사의 주유소를 상대로 한 차등화된 공급가도, 많은 종업원을 고용해 과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신 더 높은 기름값을 받는 주유소도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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