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간 큰 기름 도둑들은 처음입니다."
1년6개월 동안 송유관에서 60억원대의 기름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기름 절도단'의 범행 수법은 경찰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담했다.
'총책'격인 이모(34·구속)씨와 운반·판매책 등 7, 8명으로 조직된 이들은 울산∼성남간 송유관이 철로변을 따라 묻혀 있다는 점에 착안, 범행 장소를 물색했다. 기름을 발견하면 경보음을 내는 송유관 탐지기까지 동원한 이들은 최종 대상지로 경주시 건천읍 모량리 경부고속도로변에서 불과 50여m 떨어진 지점을 정했다. 비상주차구역이 설치돼 있어 차량을 대기시켜놓고 장시간 대량으로 기름을 훔치더라도 눈에 띄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절도단은 땅을 파 송유관에 구멍을 뚫고 고압호스를 꽂은 뒤 비상주차구역까지 땅 밑으로 관을 연결, 닥치는 대로 기름을 퍼올렸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까지 인적이 드문 시간대를 이용, 유조탱크를 실은 5t화물차, 1t화물차, 유조차 등에 하루 최대 2만~3만ℓ, 3천만~5천만원 상당의 기름을 실어 날랐다. 비상주차구역 위 구멍을 낸 지점은 맨홀을 덮어 감쪽같이 위장했다.
이들이 이런 수법으로 2006년 7월부터 이달초까지 230차례에 걸쳐 훔친 기름은 휘발유, 경유, 등유 등 426만ℓ, 62억원 상당.
이씨 등은 처음 주유소를 세내 훔친 기름을 팔아 하루 수천만원 이상 만지게 되자 직접 주유소 3곳을 차려놓고 본격적으로 기름 판매에 나섰다. 이들은 경주 한 모텔에 합숙하며 밤마다 '작업'했고, 수십억원의 판매 수익은 여러명의 차명계좌로 분산해 숨겼다. 피해자인 (주)대한송유관공사측도 심증만 갈 뿐 기름이 어디에서 빼돌려지고 있는지를 좀처럼 찾아내지 못했다.
이들의 대담무쌍한 범행은 밤마다 동일한 번호판의 주유차량이 고속도로에 주차중인 점을 이상하게 여긴 경찰의 추적으로 두달여 만에 막을 내렸다. 경찰은 지난 19일 오후 10시 30분쯤 범행 장소를 급습, 기름을 뿌리며 저항하는 이씨 일당을 체포했다.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 홍사준 강력1팀장은 "범행 규모나 수법의 특이성 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라며 "예금 44억원을 몰수했으며 여죄가 더 있는지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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