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심가 동성로에 자리잡고 있는 패션주얼리타운. 올들어 국제금값이 역대 최고치 기록하면서 귀금속 상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반면 경쟁력 강화에 대한 기대감 역시 포기할 수 없다. 패션주얼리특구를 들여다봤다.
◆어두운 얼굴
매출이 크게 줄고 있다. 급등하는 금값으로 인해 돌반지나 결혼 예물을 줄이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 한냥을 하던 사람들이 반냥으로 줄이고 돌반지로 한돈을 하던 사람들은 그냥 봉투를 내미는 것이 흔한 풍경이 돼 버렸다.
원자재인 국제 금값이 오르다 보니 대구 귀금속 장신구의 수출액은 한때 3천만달러까지 갔으나 지난해엔 1천만달러에 그쳤다. (주)크라이스, (주)청석 등 5개 업체가 미국, 일본, 호주, 아랍에미리트 등을 상대로 반지, 목걸이, 팔찌, 귀고리 등을 수출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감소하는 바람에 제조업체의 근로자들도 줄고 있다. 한 업체의 경우 많을 땐 근로자 70명이 일했으나 지금은 20명으로 감소했다. 현재 대구귀금속가공업협동조합 74개 회원사의 근로자들은 400여 명이지만 이들 중 전문대 이상 졸업자들은 20%에 그치고 있다. 귀금속 가공료가 너무 낮아 전문대 졸업자들 대부분이 디자인이나 세공보다 판매나 마케팅 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보석 가공 및 감정 관련 학과를 둔 대구경북지역 대학들도 취업난으로 학생수를 줄이고 있다. 지역의 한 대학은 보석세공 관련 인력 을 20명으로 줄였다. 지역 대학 13개 학과에서 한해 7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지만 대다수가 디자이너가 아닌 판매원으로 일한다.그나마 수도권으로 빠져 나간다.
◆희망도 있어
대구 중구청은 이달 초 중구 동문동 동아백화점 맞은 편 주차장에 들어설 패션주얼리타운의 부지 2천523㎡를 72억8천만원에 매입했다. 중구청 박범우 계장은 "건축비 40억원 확보가 관건이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추경편성, 시비 지원 등으로 상반기에 착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34개 제조업체서 17억원을 출자한 대구귀금속가공업협동조합은 5월쯤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의 패션주얼리타운에 귀금속 판매 매장, 디자인 개발실, 가공공장 등의 집적화가 이뤄지면 대구만의 명품 브랜드 육성도 기대할 수 있다.
1, 2층의 판매 매장에 300여명, 귀금속 가공공장 40여곳에 500여명 등 패션주얼리타운의 고용창출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여기에 산·학 공동 디자인 개발실이 들어설 경우 대구 패션주얼리산업은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대구를 찾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면세점 입점도 계획돼 있는데, 강중섭 대구귀금속가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면세점이 들어올 경우 가격 경쟁력 강화는 물론 대구의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밀라노 프로젝트'의 추진으로 대구패션센터, 대구경북디자인센터 등 디자인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귀금속 가공 관련 인력도 풍부해 대구 패션주얼리산업의 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다.
신현준 영남이공대 교수는 "이탈리아 밀라노가 섬유 패션과 비첸자의 귀금속 디자인이 어울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도시로 발전했듯이 대구의 패션주얼리산업도 관련 인프라를 잘 활용할 경우 국제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신 교수는 또 "대구의 섬유, 안경테 산업에 귀금속이 가미될 경우 '토털 패션'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곽봉수 대구패션주얼리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실제 귀금속과 섬유, 공예, 신발, 안경 등의 공조작업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증하듯 대구 패션주얼리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스스로 찾아오는 소신파 근로자들도 있다. (주)청석에서 디자인 샘플을 만들고 있는 윤임옥씨가 그런 경우. 그는 전문대를 졸업한 뒤 컴퓨터그래픽 회사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귀금속 가공을 선택했다. 윤씨는 "보석 세공이 재미있다. 4, 5년 정도 기술을 배운 뒤 귀금속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 이라고 말했다.
강중섭 이사장은 "귀금속 가공업체들이 고급 디자인과 브랜드를 갖출 경우 대구의 주얼리산업은 국제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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