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법 꼼짝마!" 4·9총선 선거부정 감시단

▲ 공명선거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선거부정감시단 3총사. 왼쪽부터 남기숙, 최영희, 박인철씨.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공명선거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선거부정감시단 3총사. 왼쪽부터 남기숙, 최영희, 박인철씨.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27일부터 4·9총선 후보자들의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그 후보들만큼이나 바쁜 사람들이 있다. 깨끗한 선거를 위해 뛰는 '선거부정감시단'이 바로 숨은 주인공이다.

현역의원과 친박 후보 간에 접전이 예상되는 대구 달서갑 지역의 '선거부정'을 감시하고 있는 박인철(42), 남기숙(47), 최영희(47)씨. 25일 만난 세 사람은 주말과 휴일도 잊은 채 선거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이들 세 사람은 캠코더와 디지털카메라, 녹음기를 들고 달서구 이곡1, 2동과 신당동의 노인정, 공원, 식당 등 5, 6곳을 찾아다녔다.

"한나라당 공천이 늦어져 많은 예비후보자들이 서울에 머무는 바람에 한동안 선거운동이 활발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부터 치열해질 겁니다. 달서구는 더하겠죠."

취재진이 이날 하루동안 지켜본 부정감시단은 사소한 것 하나도 지나치지 않았다.

"명함도 아무나 못 돌려요. 후보자, 후보자 부인 또는 직계존비속, 후보자가 지명한 운동원 등 3명만 가능하죠." 지하철역 안에서도 명함돌리기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그만큼 선거법이 까다롭다.

지방선거, 대선, 국회의원선거까지 3번째 감시단 활동을 하고 있다는 박씨는 '선거박사'가 다 됐다. 격전지인 만큼 누가 당선될지, 선거 분위기를 물어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들은 유권자들의 의식 수준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음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최씨는 "누가 노인정에 음식물을 갖다놨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할머니도 있다"며 "조금씩이지만 깨끗한 선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했다.

이들이 선관위로부터 받는 돈은 하루 3만원. '밑지는 장사'인데도 그냥 좋아서 자원했다. 사명감이 없다면 쉬이 지칠만한 일이다.

때론 선거운동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하고, 오해를 사기도 한다. 명함 돌리는 것을 캠코더로 찍다 초상권 침해라고 항의하는 후보자를 만나기도 하고, 당사무실에서는 회의를 한다며 문전박대를 당한다. "후보자와 운동원이 동일한 색상의 옷을 입으면 안되는데, 당에서 입어도 된다고 했다며 법도 모르냐고 따지는 이들도 있어요."

양복 입은 사람이 서넛만 모여도 눈길이 가고, 할아버지 할머니 몇 명만 식당에 앉아 있어도 누가 계산하는지를 꼭 지켜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감시단원들. 선거가 끝나는 날까지 이런 직업병을 앓을 것이라고 웃는다.

대구에는 230명의 선거부정감시단이 활동하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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