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리틀야구 리그에 바란다

'수업 지장 없는 경기' 운영에 박수…클럽스포츠 통한 생활체육 바람직

2005년 개봉된 스포츠 영화 '코치 카터'의 내용이다. 물론 미국 리치먼드 고교 농구팀 코치였던 켄 카터(사무엘 잭슨 분)의 실존인물 이야기를 그렸다.

이제 한국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한국에 카터와 같은 코치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당장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날 일이다.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대학은 구경하기조차 힘드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이러니 운동선수에게 공부를 하라는 건 바로 대학입학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렇게 운동기계를 만들어내는 학원스포츠의 어두운 면은 이미 올 들어서도 수차례 경험했다. 스포츠계의 성폭력 문제가 일파만파를 일으키더니 최근엔 끔찍한 네모녀 피살 사건의 주범이 전 프로야구 선수로 밝혀지면서 '공부할 일 결코 없는 운동선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사실 두사건 모두 현실적으로 학업에 관한 한 선수들에겐 선택권이 없는 운동지상주의에서 근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만약 운동선수들에게 미리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그럼으로써 다양한 길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에 대한 반성 때문인지 올 들어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키우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부산교육청은 앞으로 부산에서 열리는 모든 초·중등 스포츠대회는 선수들의 수업이 끝난 후나 토·일요일에 열기로 했다. 당장 전국소년체육대회 부산예선을 금~일요일인 28일부터 30일까지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역도는 8일, 유도는 15일, 탁구는 15일과 22일 토요일 경기로 치렀다는 소식이다.

대전시교육청도 올해 초교 8개교와 중학교 4개교에 '운동선수들을 위한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올림픽금메달리스트도 운동 이외의 다른 전문직종에서 성공할 수 있는 선진국형 체육인 양성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다행히 대구경북지역에도 이와 같은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때마침 26일 대구시 북구 서변동 금호강변에 '강변학생야구장'이 개장됐다. 관중석도 없는 등 시설이 열악하긴 하지만 그동안 야구장을 구하러 뛰어다녀야 했던 초교 야구팀과 리틀야구팀엔 희소식이다. 뒤집어보면 그동안 유소년야구 인프라가 이 정도로 취약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4월 12일부터는 리그제로 대구경북 리틀야구대회도 열린다는 소식이다. 대구 8개팀과 경북 4개팀이 참가하는 이 대회는 리틀야구라는 취지에 맞게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매월 둘째와 넷째 토·일요일에만 경기가 열린다.

더 반가운 것은 리틀야구가 급속도로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리틀야구는 아직 오전 수업, 오후 훈련이 일상적인 학교스포츠와 달리 방과 후나 토·일요일을 활용해 연습을 하고 경기를 하는 클럽스포츠의 한 형태다. 운동 아니면 공부, 양자택일뿐이었던 이때까지의 학교스포츠에서 벗어나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선진국형 제도다.

이 같은 리틀야구가 고사 위기에 있는 초등학교 야구를 활성화시키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체육시스템도 클럽스포츠를 통한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길 기대해본다. 그 출발점이 리틀야구 리그가 처음 열리는 대구경북이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영화 '코치 카터'에서 카터 역을 맡은 사무엘 잭슨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아이들은 선수이기 전에 학생이다."

박운석(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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