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 등록 첫날인 어제 전국적으로 3.4대1(대구'경북 2.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그런데 등록자를 살펴보니 실제 출마까지 가겠나 싶던 '친박연대'가 눈에 띈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인사들 역시 곳곳에서 무소속으로 등록을 했다. 이들 모두 한나라당 안에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이름을 팔아 한나라당 후보를 깨부수겠다 공언하고 있다. 아이들 장난 같기도 하고 뭐가 뭔지 헷갈리는 선거 양상이다.
이런 혼란스런 선거 전선의 한복판에 있는 친박 인사를 향해 어제 박 전 대표는 "(총선 후) 다시 들어와야 한다"고 거들었다. 복당 불허 방침인 자기 당 지도부를 정면으로 깔아뭉갠 발언이다. 동시에 자기 당 후보를 공격하는 적군을 위해 사실상 지원사격을 한 셈이다. 당 밖에 또 하나의 당을 차린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한다. 이날 발언으로 볼 때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대 친박연대' '한나라당 대 무소속연대'의 구도로 이번 총선을 끝내기로 작심한 것 같다. 그래야 앞날이 열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나라당의 국회 과반 의석 전망을 묻는 데 대한 답변에서도 그렇게 짐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공천이 공정하지 않아… 당연히… 필연적인 결과"라는 식으로 비관했다. 한창 전의를 불태우며 표밭을 누비는 같은 당 동료 후보들의 의욕을 꺾는 소리를 한 것이다. 당 대표를 지낸 영향력 있는 위치에서 지원은커녕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평소 말하는 正道(정도) 정치와는 전혀 닿지 않는 자세다. 딱하기는 당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적전분열을 두고 애만 태울 뿐 손 하나 못 쓰는 사람들을 집권당 지도부라고 할 수 있나. 이렇게 중심을 잡지 못하는 정당이 어떻게 과반 의석을 만들어 달라고 유권자에 호소할 수 있나.
유권자로서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지금 이들이 국민을 이롭게 하겠다고 박 터지게 싸우고 있다고 보는가. 누가 공천을 더 받고 덜 받았다고 앙앙대는 것은 순전히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세력 아귀다툼 그 이상도 아니다. 가까이는 오는 7월 당권, 멀리는 5년 뒤 대권 때문에 저러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누가 더 낫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구태의연한 파벌싸움이고 선동정치의 또 다른 모습이다. 여기에 유권자마저 시답잖은 '친이' '친박' 논쟁에 끼어들어 열을 낼 것도 없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오로지 신성한 주권 행사의 본래 의미를 새겨야 할 뿐이다.
국회의원 선거는 기본적으로 지난 4년 국정 운영에 대한 심판적 성격을 띠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집권세력이 국민을 위해 정치를 잘했느냐를 평가하는 선거인 것이다. 이번 같으면 노무현 정권을 뒷받침한 기호1번 통합민주당이 그 상대다. 대선 패배로 이미 심판을 거쳤다는 주장도 있으나 수도권만 해도 전 열린우리당 의원 76명 중 69명이 공천을 받았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참여정부 功過(공과)가 당연히 심판 대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다음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다. 이번 총선이 이명박 정부 출범 한달여 만에 치러지는 것이어서 별로 평가할 게 없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인수위 시절부터 지난 석달 동안 헛발질에서 보여준 싹수를 볼 때 현 정권 역시 심판을 비켜갈 수 없다. 다시 말해 이 정부의 미래를 놓고 유권자는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大義(대의)로 내세우는 '경제 살리기'에 힘을 실어줄 것이냐, 아니면 이 정부의 '실용 독주'를 견제할 것이냐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안정적 국정운영을 호소하는 집권당에 동조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큰 틀에서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야 정상적인 선거다. 미시적으로도 현역의원이 잘했으면 또 뽑는 것이고, 나라와 지역을 위해 한 일이 없으면 장래성 있는 새 인물로 바꾸어야 한다. 그게 선거의 기본이다. 유권자들은 선거가 대의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점을 한번 더 음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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