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니아와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아프리카 사람들 무얼 먹고 사나요

날파리를 꾹꾹 뭉쳐 동그랑땡으로…

"한국사람은 뭘 먹고 사니?" 아프리카인 친구에게 이런 질문을 받고 나는 잠시 당황했다.

'무엇을 먹고 사느냐'의 문제에 대해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건 놀라운 발견이었다.

"음…, 밥(Rice)?"

나는 한국인은 점심 저녁 뿐만 아니라 아침에도 밥과 국, 나물반찬, 찌게, 생선구이 같은 걸 한상 차려먹는 걸 좋아하며, 매 끼니마다 다른 국과 다른 반찬들이 밥상에 올라오며, 국이나 찌게, 반찬에 얼마나 종류가 많은지 이야기 해주었다. 아프리카인 친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실 나는 아프리카 음식의 버라이어티가 어찌나 빈약한지에 대해 놀라고 있던 참이었다.

그때 아프리카인 친구는 외국인 친구를 대접하기 위해 특별한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식빵에 마가린을 발라 4, 5층으로 두껍게 쌓아올린 샌드위치였다. "이 두꺼운 걸 어떻게 먹어?"라고 묻자, 친구는 입을 쩍 벌리고 한입에 5층짜리 식빵을 쑥 밀어넣었다.

친구가 하는대로 나도 입을 쩍 벌리고 두꺼운 식빵탑을 베어물었다. 구수한 마가린 맛과 함께 입 한가득 푸짐한 느낌이 행복했다.

아, 그래서 아프리카인들은 이 샌드위치를 그렇게 좋아하나 보다.

아프리카인의 주식은 옥수수이다. 옥수수를 잘게 빻으면 밀가루처럼 부드럽고 하얀 가루가 된다.

아프리카인은 옥수수가루를 물과 함께 끓여서 찰진 떡처럼 만들어 먹는다. 아프리카 여행 내내 너무나 단순한 식당 메뉴 때문에 우울했다. 옥수수떡과 나물 볶음, 옥수수떡과 감자튀김, 옥수수떡과 닭튀김, 옥수수떡과 소고기스튜…. 옥수수떡 대신 쌀밥을 먹을 수도 있는데, 이 때도 메뉴는 별로 다르지 않다.

쌀밥과 나물볶음, 쌀밥과 감자튀김, 쌀밥과 닭튀김, 쌀밥과 소고기스튜…. 와중에 나를 기쁘게 한 먹을거리가 멸치볶음이다. 작은 민물고기를 말린 건데, 토마토소스에 볶았는데도 고추장에 볶은 것과 다름없이 한국의 멸치볶음 맛이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말라위 호수에는 특별한 요리가 있다. 놀라지 마시라. 그 특별식은 바로 '날파리떼'로 만든 '쿵구'라는 요리이다. 우기가 되면 갑자기 늘어난 날파리떼가 호숫가를 새까맣게 물들인다. 그래서 허공을 향해 넓은 쟁반을 휘휘 젓기만 해도 깨알같은 날파리들이 시커멓게 달라붙는다. 사람들은 수십만 마리의 날파리들을 주먹으로 꾹꾹 뭉치고 반죽해서 동그랑땡으로 만든다.

"날파리에 야채를 썰어넣고 토마토소스를 쳐서 볶아먹으면 얼마나 맛있는 줄 알아? 진짜 귀한 음식이야."

내게 맛보여주려고 일부러 귀한 날파리 동그랑땡을 싸갖고 온 친구의 말에 나는 입맛이 싹 달아 났다. 그래서 아프리카에 옥수수죽과 나물볶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아프리카의 시장에 가면 더욱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땡볕 아래 냉동실도 없이 널려져 있는 소고기들과 생선들에는 소고기와 생선이 생긴 모양 그대로 시커멓게 파리떼가 붙어있다. 장보러 나온 사람들이 소고기와 생선을 담아가는 비닐봉지 속까지 파리떼는 여지없이 앵앵거린다. 저 희한한 건 뭔가 싶어 들여다보면 흰개미들이 노랗게 볶여져있고, 참새들이 목이 잘린채 구워져 있다.

아프리카인들이 닭장 속에서 닭 한 마리를 쑥 꺼내어 아무렇지도 않게 목을 비틀어버리는 걸 보면서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어릴 때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가면 닭장 속의 닭들이 꽥꽥거리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 많던 재래 시장의 닭들이 사라졌을까. 이제 난 슈퍼마켓에 발가벗겨져 포장되어 있는 닭들을 보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나 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닭다리를 모아 쥐고 흔들고 있는 걸 새삼 신기하게 보게 된다.

그런 아프리카에서, 8개월만에 10㎏이나 살이 쪄서 돌아왔다. 날파리 동그랑땡과 흰개미볶음으로부터 안전한 식생활을 하기 위해 식물성 지방덩어리라는 망고와 바나나, 아보카도를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그리고 층층이 마가린을 푸짐하게 바른 5층짜리 식빵탑을 하루도 빠짐없이 먹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것들이 그토록 나를 행복하게 했는데, 지금 나는 마가린도 식빵도 먹지 않는다.

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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