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대 그룹사운드 '일렉스' '메디컬 사운드'

매년 패밀리 콘서트 열며 친목 도모

1970년대 중후반과 80년대는 기존의 통기타 문화가 숙지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그룹사운드 전성기였다. 특히 1977년 '제1회 MBC대학가요제'를 시작으로 산울림'샌드페블즈'활주로'마그마'옥슨 등 대학축제에서 초청공연 정도의 활동을 하던 그룹사운드들이 기성 가요계로 진출하면서 청년문화의 한 축을 맡게 된다.

당시 지역에서는 경북대'일렉스'와'메디컬 사운드', 영남대'에코스'와'아킬레스', 계명대'힙슨즈'등이 활발한 활동을 했다. 치렁치렁한 장발에 청바지를 입고 젊음의 낭만과 끼를 음악을 통해 공유했던 그때 그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렉스(Elecs) 매년 패밀리 콘서트 열며 친목 도모

경북대 공대가 주축이 돼 전기적인 음향 힘을 빌려 역동적인 락 사운드를 구사하자는 의미에서 '일렉트릭 사운드'의 줄임말인'일렉스'를 팀명으로 1976년 출범했다. 대학서클에 일절 대중음악 활동을 할 수 없었고 규제도 심해 1기 멤버들은 어렵게 모임을 갖고 명덕로터리 부근 지하 연습실에서 처음 연주를 시도했으나 이철영(기타)씨를 제외하곤 처음 악기를 잡은 터라 연주 실력은 썩 뛰어나지 못했다. 1기 김재열(드럼)씨와 홍정기(오르간)씨의 회고에 의하면 그 때 첫 연주곡이 딥 퍼플의 '블랙 나이트'. 그 때 기본기를 갖고 새로 합류한 멤버는 홍정기'이남규(베이스)와 쌍둥이 형제인 조후근'선근(보컬) 등 이었다. 사실 일렉스는 김재열'이철영씨의 A팀과 홍정기'이남규씨의 B팀이 각각 연습을 하던 중 우연히 만나 한 팀으로 재구성, 1기가 탄생한 것. 조후근'이철영'이남규'김재열'홍정기씨가 1기 멤버들이다.

그후 일렉스는 경북대와 당시 효성여대 페스티벌에 불려 다녔으며 5월 교내 축제 때엔 메디컬 사운드를 제치고 대운동장에서 연주를 하게 된다. 올해로 31기째 이어진 일렉스 OB멤버 중엔 홍정기'최구민'최효상씨 등이 꾸준히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도 매년 정기연주회와 패밀리콘서트를 열면서 멤버 간 친목과 음악수준의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메디컬 사운드 대구 최초…3일 만에 곡 만들어 '국풍81' 참가

경북대 의대 73학번으로 드럼을 쳤던 윤확(신세계여성병원) 원장이 의과대 내 그룹사운드를 만들어 볼 요량으로 음악적 재능이 있는 동기들을 일일이 찾아서 멤버를 구성했다. 그때 뜻을 함께한 사람이 김용진(영남대병원 해부병리학 교수), 조영호(조은제통의원), 하영수(서대구 방사선과), 현명수(영남대병원 내과 교수), 이경열(한영안과)씨와 매니저 김영근(소아과)씨이다.

대구 최초의 대학 그룹사운드였던 메디컬 사운드는 현재 의학전문대학원으로 학제가 바뀌면서 맥이 끊겼지만 선두 팀으로써 나름의 숨은 에피소드를 갖고 있다. 5기 때 김형준(대구가톨릭대병원 안과 교수) 작사, 곽동협(곽병원장) 작곡의 '우산이 없네'로 78년 MBC대학가요제 본선에 진출했으나 입상엔 실패했다. 이때 기타를 맡았던 곽 원장은 "담당 PD가 각하(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이 프로그램을 보신다며 긴 머리를 단정히 깎으라"고 했으며 메디컬 사운드 연주차례 때는 무대에 잠시 정전이 됐던 기억을 떠올렸다. 8대 드럼의 정두선(서부연합외과) 원장은 "학생처장이 갑자기 '국풍81'에 참가하지 않으면 연습실을 폐쇄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바람에 3일 만에 곡을 부랴부랴 만들어 서울의 한 여관에서 베개를 악기 삼아 연습을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정 원장은 지금도 고교동창들과 함께 'Exit'란 팀으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OB멤버들만 남아 있는 메디컬 사운드는 9기를 중심으로 한'레전드'팀과 13대 황동하(황동하 성형외과) 원장과 16기 이상호(경대연합외과)'노동우(미래연합비뇨기과) 원장이 주축이 된 '메디컬 사운드 포에버'란 밴드를 구성해 틈틈이 연주활동을 하며 매년 봄'가을에 패밀리 콘서트도 열고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