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오르면 배가 곯아
배 곯은 바위는 말이 없어
할 일 없이 꽃 같은 거
처녀 같은 거나
남 몰래 제 어깨에다
새기고들 있었다.
징역 사는 사람들의
눈먼 사투리는
밤의 소용돌이 속에
파묻힌 푸른 달빛
없는 것, 그 어둠 밑에서
흘러가는 물 소리
바람 불어……, 아무렇게나 그려진
그것의 의미는
저승인가 깊고 깊은
바위 속 울음인가
더구나 내 죽은 후에
세상에 남겨질 말씀쯤인가.
가곡 '기다리는 마음'(장일남 작곡)의 노랫말을 쓴 시인, 김민부. 하나, 널리 알려진 노래에 비해 시인의 존재는 그리 뚜렷하지 않습니다. '균열'은 195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당시 시인은 고교 3년생. 그 나이에, 그것도 시조라니. 그 사실만으로도 놀라운데, 그 전에 이미 동아일보 신춘문예 입선에다 첫 시집까지 펴냈다니 거참, 말문이 막혀서요.
일찍이 시에 天稟(천품)을 보였건만,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태워 버린 시인. 요절일수록 죽음은 느닷없는 법. 선뜻 인정할 수 없기에 그 죽음에는 숱한 미련과 회한이 엉겨붙고, 그로 말미암아 세상에는 또 하나의 신화가 생겨납니다.
시상의 전개가 논리적이기보다는 다분히 감성적이지요. 이런 작품을 읽으면 괜스레 가슴이 미어집니다. 균열의 주체인 바위는 아무래도 시인 자신일 터. 세상살이가 곧 징역살이요, 배 곯은 바위의 눈먼 사투리로군요. "그 시 참 좋다"고 했다는 未堂(미당) 서정주 선생의 전언이 눅은 마음에 새삼 성냥불을 긋습니다.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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