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전국 학력평가, 과열경쟁·서열화 부추겨

새 정부가 올해부터 전국 초·중·고 학교 단위별로 특정 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학력평가를 실시하고 학교별 성적을 공개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난 3월 5일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한 교과학습 진단평가를 시작으로, 3월 6일 중학교 1학년생들이 치른 전국 진단평가, 3월 12일 올해 첫 전국 고교 1∼3학년을 대상으로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되는 등, 전국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일제고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열 경쟁과 학교 서열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교육부는 매년 전국 초6·중3·고1 학생 가운데 3~5%만 표본으로 학력평가를 했고, 성적은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 지역별로 평균 점수만 공개해왔다. 학교별 성적을 공개하면 학교가 서열화될 우려가 있어서였다.

지역이나 학교의 특성에 관계없이 전국단위의 시험을 봐서 등수를 매긴다는 것은 자율과 경쟁의 논리다. 교육을 통해 경제성장의 동력을 만들겠다는 새 정부의 교육철학은 철저한 시장논리에 입각한 것인데, 문제는 경제성장의 동력은 무한경쟁을 위한 사교육시장 활성화가 아니고, 공교육을 통한 인성교육 함양과 기초지식에 바탕을 둔 철저한 수준별 수업을 하는 것이다. 단지 전국단위의 시험을 통한 성적순 줄 세우기는 더더욱 아닌 것이다. 또 그동안 초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평가가 왜 서술형으로 이루어졌는지 이해해야 할 대목이다.

학생들의 최소한의 학업성취도 공개는 공교육 정상화의 출발점이다. 지역별, 학교별 특성에 따라 뒤떨어지는 학교에 더욱 많은 지원과 투자,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 교육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도 최소한의 학력정보 공개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전국단위의 줄 세우기는 안 된다. 지역이나 학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인성함양이나 봉사활동 같은 행동발달영역은 도외시한 채, 단순히 전국단위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것은 학교와 학생을 서열화하는 것 이상의 결과는 없다.

교육당국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정보를 공개하되, 줄 세우기가 아닌 지역별, 학교별 특성을 고려해서 개인별 학업성취도를 나타내는 과목별 절대평가 점수인 원점수와 성취등급을 내놓아, 학교와 교사가 학생지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안종오(오천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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