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명학 이야기]소리로 인식하는 이름

이재박(예지작명원장)
이재박(예지작명원장)

6,7월쯤이면 아름다운 목소리로 뻐꾹, 뻐꾹하고 우는 뻐꾸기의 소리를 도시와 근접한 야산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다. 평소에 울지 않던 뻐꾸기가 이 때 우는 것은 새끼 뻐꾸기가 부화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뻐꾸기는 자신의 새끼를 직접 부화하지 않는다. 뻐꾸기는 붉은머리 오목눈이(뱁새)의 둥지에 탁란(托卵), 부화부터 양육까지의 모든 일을 오목눈이에게 맡기기 때문이다.

오목눈이의 새끼들보다 먼저 부화한 새끼 뻐꾸기는 오목눈이의 알과 새끼들을 본능적으로 둥지 밖으로 밀어내 버리고 먹이를 독차지한다. 시간이 흘러 새끼 뻐꾸기가 독립할 때가 되면, 부화 전부터 들어온 어미 뻐꾸기의 소리를 따라 둥지를 떠난다. 결국 뻐꾸기가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 다니며 뻐꾹, 뻐꾹하고 우는 것은 깨어날 새끼에게 어미의 소리를 각인시켜 자신의 무리에 합류시키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 만이 음악을 만들고, 그 소리를 듣고 즐거워하고, 기뻐하며, 때론 열광한다.

다양한 소리와 생활소음에 적응하며 유아기를 보내는 아기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바로 자기를 부르는 이름의 소리이다. 부모가 반복해 불러주는 이름의 소리가 자신을 부르는 것으로 인식하고 반응하는 것이다. 이름 소리는 자신만을 위한 짧은 음악이다. 소리가 생성되는 과정은 사람의 폐호흡에서 밖으로 배출되는 공기가 후두를 통과, 입속의 각기 다른 조음기관(調音器官)의 마찰 작용에 의해 생겨난 말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자신이 듣기도 한다. 이는 이름이 문자(文字)의 시각성(視覺性)보다 사람의 귀로 듣는 청각성(聽覺性)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소리에는 기(氣)가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 음운(音韻)학자인 권정선(權靖善) 선생의 음경(音經)의 한 대목에는 성생어심이심기야(聲生於心而心氣也)라고 적혀있다. 소리는 마음에서 나므로, 그 소리는 곧 심기이며 성리이고 사람의 얼(靈)은 그 소리의 주인이며, 장(臟)은 그 소리의 집이 된다.

사람의 기(氣)는 이치를 펴내니 그 의욕이 마음에 퍼지면 뜻이 된다. 성(性)이 퍼지면 욕심(欲)이 돼 오장(五臟)인 비'폐'간'심'신을 움직인다. 그 오장의 혈기가 목구멍을 따라 나오게 되면 후치아설순(喉齒牙舌脣)이 그 소속에 따라 합하고 어울려 소리가 울려나오는데, 이것이 곧 오성(五聲)이 되며 곧 영기(靈氣)와 혈기가 합해져 비로소 오성이 생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오성은 오행(토'금'목'화'수)에 해당한다고 하니 이는 사람이 내는 소리에 오행(五行)의 역성(易性)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구상에는 수십종의 문자가 있으나 역성과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만든 문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에서도 음운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한자의 부수와 획수로 작명하진 않는다. 이것은 민간신앙이 뿌리 깊은 일본인들이 한자의 획수로 점을 치고, 또는 한자를 본래 뜻과는 반대로 풀어 불용문자를 정한 잘못된 작명법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그 어떤 나라에도 문자의 획수를 연구하는 학자나 학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리와 관련된 음향물리학, 음성심리학은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것을 보면 부르는 이름의 소리가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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