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 지역 대학가엔 지금의 김제동(MC)과 비(가수)를 합친 것과 같은 '스타'가 있었다. 영남대 철학과를 다니며 1983년 'MBC대학가요제'에 출전, 은상을 거머쥔 가수 장철웅(46)씨였다.
영남대는 물론 경북대'계명대'효성여대(지금의 대구가톨릭대)등 대학 축제마다 불려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대학가요제 은상을 탔던 '친구여' 등의 노래를 부르고, 축제 MC도 봤지요. 그때 출연했던 축제나 행사의 팸플릿을 모아뒀는데 100개가 넘더군요." 대학생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대구KBS 라디오프로그램 '젊음의 광장'을 진행하기도 했다.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부산 영남상고 졸업 후 축구 특기생으로 영남대에 입학했으나 2학년 무렵 무릎 부상으로 더 이상 축구를 할 수 없게 되면서 기타를 잡은 장씨. "남들보다 늦은 중학생 때 시작한 축구를 할 수 없게 되면서 안은 좌절감을 달래기 위해 중학생 때 배운 기타와 노래를 다시 시작했어요."
당시 대학생들의 꿈인 대학가요제에서 지역 출신으로 은상을 차지한 것은 장씨가 처음.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로 입상한 터여서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축제 등 각종 대학 행사에 워낙 많이 출연하다보니 학교로부터 근로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장씨는 "대구에서 생활했던 6년이 가장 빛나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장씨는 1987년 대구를 떠나 91년까지 서울의 다운타운가를 누비며, 언더그라운드 가수로 활동했다. "4,5년 동안 정말로 피눈물나는 고생을 많이 했어요. 대구에서는 나름대로 실력이 있다고 자부했지만 서울에 올라와보니'날고 기는'사람들이 너무도 많더군요. 삭월셋방을 전전하며 고생을 많이 했지만 꿈을 이루려 노력한 아름다운 시절이기도 합니다." '다운타운가의 영원한 보헤미안'이란 별명도 이 무렵부터 얻었다.
91년 옴니버스 앨범 '우리집으로 와'로 정식 데뷔한 장씨는 94년 MBC TV 드라마 '서울의 달'의 주제가인 '서울 이곳은'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드라마에 나온 노래 모두를 제가 작사'작곡을 했어요. 주연을 맡은 한석규씨는 물론 다른 출연자와 주제가를 부른 저도 같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됐지요." 이를 계기로 스타의 길에 들어서는가 했지만 매니저와의 갈등에다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다시 언더그라운드 가수로 되돌아와야 했다. 98년에는 직접 제작까지 한 '내일은 해가 뜬다'로 다시 팬들의 주목을 받았고, 라이브카페와 미니콘서트 중심의 무대를 통해 '이룰 수 없는 사랑' '아름다운 인연' 등을 불러 꾸준하게 마니아팬들을 사로잡았다.
절제된 음색과 부드럽고 편안한 멜로디가 특징인 장씨는 최근에는 5집인 '기적'을 내고 맹렬하게 활동하고 있다. 작년 10월부터는 원음방송 WBS(FM104.9)의 '노래 하나 추억 둘' DJ를 맡고 있다. "'기적'이란 노래는 분위기가 밝은 해피송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인생을 밝게 살자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또 진행을 맡고 있는 프로그램에서는 옛 포크송과 함께 추억어린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지요"
작년 5월에는 11살 연하의 의상디자이너 출신인 최선희씨와 결혼, 4개월된 아들(건수)을 두고 있다. 노래인생 25년을 맞은 장씨는 "20, 30대에는 화려한 불빛과 많은 팬이라는 게 목표였다"며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그저 즐겁게 노래하는 것을 꿈꾼다"고 털어놨다. "요즘 음악은 조급해지고 시각적인 것에 너무 치중해 깊이가 얕아졌어요. 화려해지긴 했지만 생명력은 짧지요. 지금은 제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축구를 통해 건강관리를 하는 장씨는 1년에 한번 정도 대구를 찾고 있다. "동성로 코리아음악감상실 등 자주 갔던 곳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지요. 기회가 된다면 청춘을 같이 보낸 대구의 중년 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함께 추억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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