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네거리는 뜨겁다…두산·상인네거리 유세전 화끈

"시끄럽다" 귀막은 시민들

4·9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27일 오전, 대구시내 주요 네거리는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자들과 선거운동원들의 치열한 유세전으로 한껏 달아올랐다.

대구 수성구 두산오거리, 범어네거리, 남구 명덕네거리, 서구 신평리네거리, 달서구 상인네거리 등에는 파랑, 노랑 등 알록달록한 유니폼을 입은 선거운동원의 행렬이 출근길 시민들에게 한표를 부탁했다.

이날 오전 7시 30분 두산오거리. 수성을 출마자인 주호영 한나라당 후보, 신귀남이 평화통일가정당 후보, 유시민 무소속 후보 등 세 진영이 로고송을 크게 틀어놓고 세몰이에 나서고 있었다. 한쪽에서 트로트곡을 각색한 '무조건'을 크게 울리자 맞은편에서는 '동반자'로 응수했다. 후보들은 유세차량 위에서 손을 흔들며 지지를 부탁했다. 한 후보 관계자는 "좋은 목을 잡기 위해 새벽에 나와 유세차량을 대기시켜 놨다"고 말했다.

접전이 예상되는 달서을 선거구인 상인네거리에서도 선거운동원들 간에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권용범 후보 측은 60여명의 선거운동원들을 투입해 지지를 부탁했고 이해봉 후보 측은 10여명의 운동원들이 '살아서 돌아오라, 박근혜'라는 문구가 적힌 흰색 유니폼을 입고 기세를 올렸다.

비슷한 시각인 남구 명덕네거리는 중·남구 지역구 7명의 후보자들이 출마, 치열한 홍보전이 예상됐지만 의외로 조용했다. 한 후보 진영만 이른 아침 출근길 시민들에게 선거운동을 했을 뿐, 예전처럼 좋은 '목'을 차지하기 위해 미리 차량을 대놓은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서구 신평리네거리에서도 붉은옷과 푸른옷을 입은 유세진영이 선거 유세차량과 확성기도 없이 차분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출근길의 김동영(44)씨는 "예전보다 선거 풍경이 많이 조용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귀를 찢을 듯한 선거 로고송 소음은 여전했다. 상인네거리 경우 스피커 볼륨을 한껏 키운 탓에 등굣길 학생과 출근길 시민들이 귀를 막으며 종종걸음치는 모습이었다. 한 후보 측은 "시민들을 위해 무조건 달려가겠다는 정책과 맞아 이 노래('무조건')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후보 측은 "너무 요란하다. 미국에서는 현수막만 걸어놓고 선거를 하는데, 로고송은 없어져야 한다"고 비꼬았다.

후보진영과 선거부정감시단과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감시단이 하얀색 장갑을 낀 선거운동원에게 동일한 색상의 장갑은 낄 수 없다며 벗어줄 것을 요구했다. 동일한 모양과 색상의 모자·티셔츠 착용은 가능하지만 장갑은 허용되지 않는다. 한 후보 관계자는 "쌀쌀한 날씨에 장갑마저 끼지 못해 운동원들이 애를 먹는다"며 "장갑 색깔이 몇 종류뿐인데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항변했다.

일부 후보진영은 전날 오후 5시 후보등록 마감때 기호가 지정돼 미쳐 홍보물 인쇄를 마치지 못하거나, 기호가 빠진 명함과 홍보물로 운동에 들어가기도 했다. 확성기를 확보하지 못해 육성으로 대신하는 후보도 있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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