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의 직장' 공기업, 신도 놀랄 비리

감사원 우선조사 결과

감사원은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 임·직원의 부실경영, 인사 전횡 등 비리가 여전하다는 내용의 공기업 감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특히 우리나라 봉급생활자 가운데 최상위급 급여와 복지혜택을 가진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노동량을 가진 직장으로 알려진 금융 관련 공기업들이 2곳이나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증권예탁결제원은 지난해 하반기 신규직원을 채용하면서 면접 결과를 조작해 당초 합격가능 순위 내에 포함돼 있던 5명을 탈락시키고 순위 밖의 5명을 합격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최종선발 전 단계인 필기시험 및 실무진 면접 과정에서도 필기시험 점수를 조작, 면접 대상이었던 11명을 탈락시키고 탈락되어야 할 14명에게 실무진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했다는 것.

감사원은 관련된 증권예탁결제원 관계자들을 26일 검찰에 수사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자회사인 산은캐피탈이 자사 직원 명의의 통장을 개설, 대출·리스 등을 받은 60여개 업체들로부터 리베이트 등으로 받은 돈을 관리하면서 골프모임 경비 등으로 사용한 사실도 적발했다.

이달 현재까지 거둔 회비는 모두 1억2천만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7천만원을 쓰고, 5천만원은 적립해두고 있는 것으로 감사원은 확인했다.

더욱이 산은캐피탈은 감사원의 경영실태 감사를 받던 기간인 지난 21일과 22일에도 제주의 한 골프장에서 임원 5명이 거래업체 사장 17명과 함께 골프를 치고, 소요 경비는 적립한 통장에서 집행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감사에서 감사원은 대한석탄공사가 허위문서를 만들어 회사채를 발행한 뒤 부도난 건설업체에 1천800억원을 지원한 사실도 적발,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감사원은 지난 10일부터 열흘 동안 한국전력 등 31개 공공기관에 대한 예비조사를 마친 뒤, 지난 24일 본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공기업 임·직원들의 부패 등 갖가지 비위행태가 속속 드러나자 일단 '우선 조사 결과'를 27일 내놨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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