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필귀정]물가 다스리는 법

모두들 식탁에 앉기가 겁난다고 아우성이다. 우유값도 올랐고 라면값도 올랐다. 월급 빼고는 다 올랐다.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 때문에 모두 피곤하다. 7% 성장을 앞세워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이 오죽하면 '물가안정이 성장보다 더 시급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을까.

다급해진 정부가 反(반)시장적이라는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가격 관리 대상이라며 생필품 52개 품목을 내놨다. 쌀과 돼지고기, 소고기, 밀가루, 라면 등 서민 식탁과 직결된 품목들이다. 정부가 물가를 강제로 눌러왔던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는 물가안정이라는 대전제 아래 힘을 잃었다.

정부가 관리 대상 품목을 밝히면서까지 생필품 가격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은 최근 들어 없던 일이다. 가장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정부가 과거 권위주의 시대 손쉬운 물가 관리 수단으로 써먹던 가격 관리까지 들고 나왔으니 급하기는 어지간히 급했다.

정부는 물가를 집중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뿐이라고 한다. "정부로선 가격을 직접 규제할 의도도 없고, 규제할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정부가 52개 품목의 가격을 매달 점검한다고 물가 인상 요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이미 올라간 물가가 다시 내려올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

정부에 의해 인위적으로 짓눌린 가격은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아가게 마련이다. 더욱이 최근의 물가 상승이 고유가와 국제 곡물가 상승 등 외부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어 얼마나 효과적일지도 의문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물가 통제 방식은 미봉책일 따름이다. 효과가 없거나 미봉책에 그칠 줄 뻔히 알면서도 대책이라고 내놓아야 하는 정부가 딱하다.

24일 주중한국대사관이 그 해법 중 하나를 내놨다. 우리나라 돼지고기값이 원래는 중국보다 싸다는 것이다. 두 나라의 가격을 조사해 봤더니 중국 도매시장에서 돼지고기 1kg에 3천20원, 우리나라 도매시장에서는 2천666원에 팔리더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돼지고기값은 도매시장 기준으로는 중국 시장의 88.3%에 불과한 셈이다. 당연히 중국이 쌀 것이라는, 싸도 많이 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허를 찔렸다.

그런데 소매시장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중국 유통점에서는 1kg이 4천420원에, 우리나라 유통점에서는 1만2천원에 팔리고 있었다. 도매가격이 헐하니 소매 가격도 싸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중국 소비자보다 비싸게, 그것도 3배 가까운 가격에 사먹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중국에서는 도매가격 3천20원에 1천400원의 마진이 붙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도매가 2천666원에 9천344원의 마진이 붙었다. 도매가격 대비 소매가가 중국은 1.5배에 불과한 반면 우리나라는 무려 4.5배에 이르렀다. 이는 물가 파동이 한창이던 지난달 26일의 가격이다. 대사관은 그 이유로 우리나라의 복잡한 유통구조를 들었다.

우리나라의 유통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드물다. 비싼 물가가 문제가 될 때마다 정부는 빠짐없이 유통구조 개선을 대책으로 내놓는다. 하지만 유통구조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새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물가 관리 대상 품목 선정과 아울러 유통구조 개선을 대책으로 내놨다. 농축수산물은 사이버 거래와 직거래 활성화를 통해 유통단계를 대폭 축소하고 산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효율적인 유통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과거 매뉴얼 그대로다.

중국에서 한수 배워야 한다. 현장에서 답을 얻어야 한다. 중국에서는 어떻게 도매가 3천20원인 돼지고기에 불과 1천400원의 마진이 붙어 소비자에게 팔릴 수 있는지 추적해 보면 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도매가 2천666원에 9천344원의 마진이 붙는지를 따라가 봐야 풀린다. 말로만 외치는 유통구조 개선이 아니라 현장에서 배워 현장에 접목시킬 필요가 있다. 어디에서 거품이 생기는지를 찾아내고 그 거품을 빼는 것이 진정한 물가관리다.

정창룡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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