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은 '주류 교체 전쟁'으로 볼 수 있다. 통합민주당에서는 한나라당 출신으로 당내 기반이 취약한 손학규 대표 측이 정동영 전 대선후보 측과 동교동(김대중 전 대통령 계보)계 등에 맞서,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친이계가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에 맞서 당내 주류 자리를 굳히기 위한 일대 승부를 벌이게 된 것이다.
양당 모두 후보 심사과정에서 개혁공천을 내세웠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손 대표 측과 친이 측의 대약진 양상으로 귀결됐다. 이에 따라 공천에서 밀려난 세력들은 불공정 공천을 내세우며 무소속 출마를 강행, 신주류와 구주류 간의 전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때문에 이 같은 전쟁이 어떻게 결말나느냐에 따라 총선이후 정국의 향방은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상황과 맞물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그리고 민주당이 개헌저지선인 10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가 총선 이후 정국을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잣대가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같은 보수색깔의 자유선진당이, 민주당은 창조한국당이나 민주노동당 등이 어느정도 선전할 지에 따라 총선 성적표의 희비가 갈리게 되고, 총선이후의 정국 주도 싸움에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탈당한 친박 연대나 무소속 연대 후보들중 상당수가 영남권 등에서 당선된 후 복당하게 되면, 공천책임론이 거세질 것이고, 이와 연계 7월 전당대회를 겨냥한 당내 권력구도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게 된다면 총선패배 책임론에 휩싸이면서 당 지도부와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친이 실세들의 입지는 급격히 축소될 것이다. 박 전 대표 측은 당권 재장악을 노릴 수 있으며, 정몽준 최고위원도 정 전 후보와 맞붙은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면 박 전 대표와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탈당 인사들 대부분이 낙선하게 된다면, 친이를 축으로 한 신주류는 당내에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고 박 전 대표 측의 입지는 급격히 위축될 것이다. 대신 친이 세력 내부에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뜨거워질 수 있고, 이렇게 될 경우 내부 분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도 공천에서 탈락한 후 탈당, 무소속 출마한 인사들이 대거 원내 입성에 성공할 경우 손 대표 측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업 의원과 박지원 전 청와대비서실장·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 무소속 출마한 동교동 핵심 3인방의 당락 여부가 손 대표 체제 순항여부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헌 저지선까지 확보하지 못한다면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세력간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자유선진당이 충청권을 석권하는 등 총선에서 상당한 성과를 낼 경우, 정치권은 또 다시 영남권과 호남권을 각각 지지 기반으로 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이어 충청권의 선진당까지 가세함으로써 지역주의적 색채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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