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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구, 출마 후보 간 '주소지 싸움' 난타

▲ 제18대 총선이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27일 오후 대구 서구 원대동 거리에 각 후보자들의 플래카드가 걸려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 제18대 총선이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27일 오후 대구 서구 원대동 거리에 각 후보자들의 플래카드가 걸려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대구 서구에 출마한 후보 간 난타전이 점입가경이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이곳에 홍사덕 전 의원과 이종현 경북대 교수가 뛰어들어 혈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 26일 '홍 후보(38.4%)가 이 후보(31.1%)를 7.3%p 격차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매일신문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된 이후 서로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네거티브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후보등록 하루 전날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가장 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이 후보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27일 선거운동 시작과 동시에 성명서를 발표하고 "홍 후보는 영주로 (서울)강남으로 (경기도)광주로 전전하다 난데없이 대구에 굴러들어 온 '묻지마 출마자'에 지나지 않는다"며 "더 이상 서구민을 정치적 볼모로 삼지 말고 조용히 사라져야 할 것이다"고 비난했다.

이 후보보다 사흘 먼저 출마를 선언한 홍 후보도 지지 않고 "이 후보야말로 벼락공천 아니냐 "며 맞받아쳤다. 그는 "이번 출마는 분명한 명분과 신념에 따른 것이다. 강 대표가 도망치듯 떠난 자리에 낙하산으로 내려온 대리인(이 후보)은 더욱 자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구의 터줏대감임을 자부하는 진보신당의 장태수 후보는 '서구에서 투표도 못하는 사람들이 과연 출마자격이 있나'는 논평을 내고 두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장 후보는 "이 후보와 홍 후보는 남구와 서울에서 투표를 한다는데 유권자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으냐"며 "지금이라도 자신의 주소지로 냉큼 고홈(Go Home)하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각 후보 간의 경쟁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자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걱정된다'와 '신난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서구 평리동의 김모(50)씨는 "어떻게 이룬 정권교체인데 지역발전은 생각 않고 계파싸움만 연일 해대는지, 후보들의 행태가 한심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다른 주민들은 이번 선거가 오히려 서구에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했다. 십수년 동안 강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타 지역에 비해 선거 자체에 대한 관심까지 떨어졌다는 것. 실제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서구지역의 투표율은 56.1%로 수성구지역 투표율(63.4%)에 비해 7%p가량 떨어지는 등 대구지역에서 꼴찌를 기록한 바 있다. 직장인 정모(30·서구 상리동)씨는 "그동안 강 대표의 독주로 선거자체가 싱거워 지난 총선 때는 투표도 하지 않았다"며 "이번 총선에서는 TV에서 보던 인물까지 출마하는 등 후보군이 다양해져 '골라 찍는 재미'가 있을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상대방 깎아내리는 일에만 신경쓰지 말고 짬을 내서라도 '서구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보여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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