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유학? 책 아닌 돈과의 씨름같아요"

대구경북 학생들 고달픈 서울 유학 이야기 들어보니…

▲ (사진 왼쪽부터)성균관대 영상학과 배다솔, 영상학과 이도윤, 사회과학부 황민수.
▲ (사진 왼쪽부터)성균관대 영상학과 배다솔, 영상학과 이도윤, 사회과학부 황민수.

요즘 대학 신입생들에게 대학 생활은 더 이상 낭만스럽지 못하다. 서울 유학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더 그렇다. 학비 외에 생활비 부담도 크다. 고향 떠난 순간 이들의 마음에는 큰 짐이 얹어진다. 지난 24일 오후 4시 성균관대 경영관 지하 라운지에서 대구경북 출신 신입생 3명과 서울 유학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등록금과 생활비는 얼마인가?

이도윤(19·영상학과 1년·포항)=입학금 90만원을 포함해 560만원쯤 됐다. 친구(황민수)와 함께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40만원짜리 원룸에서 함께 산다. 방세를 반반 나눠 부담이 많이 줄었다. 관리비·수도요금, 전기·통신비용(약 6, 7만원), 휴대전화 사용료(2만7천~3만원) 외에 매달 생활비(용돈)로 30만원을 부모님으로부터 받는다.

배다솔(20·영상학과 1년·대구)=입학금 포함해 등록금을 550만원 냈다. 사촌누나와 5천만원 전세 투룸에 산다. 집에서 전세자금 4천만원을 대서 방세 등은 언니가 낸다. 전화비나 교통비 등은 부모님이 내주시고 매달 25만원을 용돈으로 쓴다. 주로 식비(60% 수준)로 썼다. 책 사는 데도 8만원 정도 들었다.

황민수(19·사회과학부 1년·포항)=지방에서 온 학생들은 거의 다 비슷한 상황이다.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로 35만원 내는 친구도 있다. 매달 생활비로 30만원을 받아 쓴다. 책값만 10만원 넘게 썼다.

-학비나 생활비 부담이 있나?

이=부모님은 학비나 생활비 중 하나를 나더러 감당하라고 하셨다. 고3 때부터 신경이 많이 쓰였다. 영어 성적 3등급 때문에 국립대 가려던 꿈을 접었다. 전공을 찾아서 왔다. 집에 부담이 안 되도록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황=형이 진주교대에 다니고 있어 이번 학기 등록금이 도합 1천만원을 넘었다. 농사 짓는 부모님으로선 힘이 부친다. 입학때 장학금(230만원)을 못 받았으면 서울의 사립대에는 진학하지 못했을 거다. 아버지는 이미 농어민 자녀 대출을 쓰고 계신다. 말은 안 하시지만 많이 힘드실 거다. 형이 졸업후 교사자격증을 따야 하기 때문에 난 1학년 마치고 군에 갈 생각이다.

배=부모님이 경북대 사범대나 대구교대에 가길 원하셨다. 반대가 심했는데 부모님이 내가 하고 싶어하는 건 안 말리는 성격이라 이 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경북대 대학원에 다니는 언니는 학비와 생활비를 혼자 벌어 쓰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인가?

배=물론이다. 돈을 벌려면 과외를 하거나 전공과 관련된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서울에 인맥이 없다 보니 과외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이=생각은 있지만 전공 과제물이 많아 쉽게 하진 못한다. 시급 4천800~5천원 하는 서빙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공부할 시간을 빼앗길 것 같아 안 할 생각이다. 학기 중에는 학업에 충실하고 방학때 포항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한다. 선배들도 1학년 때는 인맥 형성이 중요하다고 되도록 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전공 경력이 쌓이면 일자리를 구하기 쉽다고 한다.

황=학기 중에 생활비는 벌어야 할 것 같아 알아보는 중이다. 인맥이 없으니 과외는 힘들 것 같다. 학교밖 광고지 등을 보면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

-고액 등록금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이=영상학과는 전공 특성상 실기가 많아 등록금이 더 비싼 편이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소프트웨어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며 연구실의 컴퓨터를 다 치워 버렸단 얘기를 들었다. 등록금 인상분이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지 의문이다. 일부 특성과에 대한 지원 '몰입' 때문에 다른 학생들은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정도이다.

황=총학생회에서 설명회를 갖고 있어 관심은 많다. 그러나 학생회 투쟁에 동참하면 학교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얘기가 있다. 문제에 대해서 인식은 하고 있지만 선뜻 나서지는 못한다. 자식 둘 등록금 때문에 고생하면서도 아무 말 못하는 부모님이 고맙고 당신들께 미안할 따름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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