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박정희 生家

박정희 전 대통령 生家(생가)가 뉴스의 초점으로 등장했다. 구미 상모동 금오산 기슭 남향에 위치한 조그마한 시골집이다. 1917년 5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 전 대통령이 1937년 대구사범을 졸업할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생가 입구 왼쪽에 분향소가 있고 사랑채와 안채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난 큰방과 어린 시절 사용했던 작은방엔 앉은뱅이 책상과 책꽂이, 호롱불 등 박 전 대통령의 흔적이 남아 있다. 또 추모관에는 생전의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사진들이 내방객들을 맞고 있다.

생가엔 풍수지리를 공부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호기심 어린 학생들과 가족 등 연간 40만~50만명의 방문객들이 끊이질 않는다. 좋은 땅기운을 받아 보겠다는 이들과 고난 속에서 경제 기적의 터전을 일군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구미시도 기념관과 추모관을 건립하고 생가 공원화사업을 추진하는 등 지역 명소로 활용 중이다.

그런데 몇해 전부터 생가가 정치인들의 필수 방문지가 됐다. 대통령선거는 물론,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출마자들이 출정식을 갖는 '聖殿(성전)'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지난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생가를 방문, 참배하기도 했다.

특히 18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요즘엔 생가가 문전성시다.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한 親朴(친박) 의원들이 수시로 생가를 찾아 전의를 다지며 '朴風(박풍)'을 부채질하고 있는 형국이다. 얼마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생가 방문 때는 1천여명의 지지자 등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정치 역정의 주요 고비 때마다 아버지 생가를 찾아 마음을 가다듬곤 한다.

이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정치권에서 갖는 의미가 남다른 것은 현재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위상과 무관치 않다. 선거판에서 박 전 대표가 한번 움직였다 하면 정치 판세가 흔들린다. 당락이 좌우될 만큼 영향력이 크다. 이런 상황이니 지역 정치인들은 부지런히 박근혜를 팔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20년 동안 생가를 지켜온 김재학(81) 생가보존회장이 지난 26일 변을 당했다. 김 회장 피살사건과 관련, 정치적인 해석까지 난무하는 터이다. 이번 총선에서 '박풍'의 근원지인 박 전 대통령 생가가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다.

홍석봉 중부본부장 hsb@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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