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9일에 치러질 총선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의 복잡한 사정을 반영하듯 박근혜 전 대표는 공천결과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지난 24일 대구에 내려왔다. 강재섭 대표가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끈질긴 공천반납과 불출마설 끝에 후보등록을 마쳤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왔고 또 현재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도 결코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대구경북이 언론의 최대관심사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선거를 통한 참여민주주의에서 언론의 역할은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 민주주의의 두드러진 약점은 대중적 토의과정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한 선거를 통한 의회가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민은 정치에 대해 점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독일의 하버마스 교수는 상호 의견교환을 통한 적극적 참여만이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해준다고까지 하였다.
참여정부 시절 '대못질'로 표현된 '취재선진화 방안'이 반발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그것이 국민의 알권리를 통제하는 시스템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사명이 있고, 이는 '표현의 자유'로부터 나온다. 언론이 자유롭게 '표현' 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를 누릴 때 비로소 국민을 대변하여 '참여민주주의'를 위한 소임을 다할 수 있다.
자유란 무엇인가? 사전적인 의미의 자유란 자기의 운명을 자기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었던 로마시대의 '시민'이 누린 자유를 말한다. 반면에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노예는 자유를 누릴 수 없었다.
자치국 루카의 시민과 로마제국의 점령지인 콘스탄티노플의 시민이 누리는 자유는 자유롭게 산다는 의미에서 과연 같은 것인가?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두 곳의 시민 모두가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았지만, 루카의 시민에 비해 콘스탄티노플의 시민이 누리는 자유는 온전한 자유가 아니었다. 비록 형태가 비슷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술탄의 선의에 의해 누릴 수 있는 제한된 자유이므로, 언제라도 다시 노예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불안한 자유였던 것이다. 심지어 같은 로마 시민이라고 할지라도 어린이나 여자는 가장의 뜻에 의해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으므로 이들은 엄밀히 말하면 '시민'으로서의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시기에 토마스 홉스는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루카의 시민과 콘스탄티노플의 시민이 누리는 자유는 그 질이 유사하므로 같은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국가의 이익을 위해 시민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는 것은 용납될 수 있다고도 하였다. 국가가 잘되면 시민에게 그 이익이 돌아가므로 비록 제한된 자유를 누리게 되더라도 수용해야 하고, 이것은 진정한 '자유'라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비록 시민에게 이익이 되더라도 자의적인 결정을 제한하는 자유는 결코 참된 의미의 자유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러한 해석에 따라 영국의 청교도들은 신대륙으로 건너가 개인과 시민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불간섭원칙을 천명했다. 그리고 시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에 관한 수정헌법1조의 '언론의 자유'를 선포하게 된다.
오늘날 언론의 자유가 왜 중요한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군사독재 시절을 떠올릴 필요조차 없이 언론의 자유는 민주국가의 시민을 노예가 아닌 자유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르는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유권자는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 시민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풍요로운 삶의 청사진을 그리게 될 것이다. 미래의 아름다운 꿈을 위해 총선에 임하는 유권자에게 언론의 역할은 중요하다. 자유시민의 알권리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 62년 역사의 지역을 대표하는 자유언론의 파수꾼으로서 매일신문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김혜성(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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