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보자들이 가장 신뢰할 수 있고, 누구보다 부지런한 선거 운동원은 누굴까? 아마도 이들의 배우자일 것이다. 총선이 중반전으로 접어들면서 후보 부인들도 득표활동에 온몸을 던지고 있다.
친박연대 박종근 후보(대구 달서갑) 부인인 김경희(63) 씨는 한달 전 사고로 부러진 남편의 '다리'를 대신하고 있다. 지역구 와룡산 등산로 등 이동이 힘든 곳은 남편을 대신해 김씨가 전담하고 있다. 후보 명함 돌리기도 '선수'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박 후보 캠프에서 명함 2만장을 할당했는데 이틀 만에 모두 소화해내 캠프 측에서 "다른 곳에 버린 것은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기도 했다.
지하철 역에서 만난 김씨는 "억울하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남편은 제 손에 월급을 쥐어 준 적이 없어요. 그동안 야당 의원으로 정권 교체를 위해 헌신한 것뿐인데 당이 남편을 왜 헌신짝처럼 버렸는지 모르겠어요."
무소속 유시민 후보(대구 수성을)의 부인인 한경혜(46)씨는 본업인 대학 강사(인하대·순천향대)일을 잠시 접었다. 지역구내 80여개 노인정·경로당을 빠짐없이 방문하기 위해서다. 그 계기는 최근 어떤 노인이 '어느 아들이 매달 8만4천원씩 통장에 넣어 주겠느냐'며 유 후보를 칭찬한다는 말을 전해들은 것. 한씨는 그 길로 본업을 접고 경로당을 돌기 시작했다. 65세 이상, 하위소득 60%이내인 노인들에게 일정액의 연금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법은 유 후보가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입법·시행됐다.
한씨는 하루 평균 30여개의 일정을 소화한 뒤, 수성구 현대시장(명성상회)에 살고 있는 시어머니 댁으로 '퇴근'하는 등 늦깎이 시집살이도 마다 않고 있다.
한나라당 주성영 후보(대구 동갑)의 부인 박민영씨는 최근 '노홀리데이'를 선언했다. 주초에는 한림정보산업대 강의를 하고 주말까지는 지역구 순회 유세에 나선다. 학교가 있는 춘천과 대구를 오가느라 일주일에 보통 1천㎞를 주파한다. '17대 총선보다 쉬운 선거 아니냐'는 질문에 "개표가 끝나기 전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같은 당 이상득 후보(포항 남·울릉)의 부인 최신자(67)씨는 주로 젊은층을 '공략'한다. 지역 문화 강좌를 같이 들으며 학부모들의 학교 배정, 청년들의 실업 고민을 수첩에 꼼꼼히 적고, 퇴근 후엔 이 후보에게 수첩을 내밀며 민원해결을 '신신당부'한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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