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기 마치는 이상흔 경북대 첫 공모 병원장

"소신껏 일한 꿈과 열정의 3년…칠곡병원 건립사업 본궤도 보람"

경북대병원 사상 첫 공모 병원장인 이상흔(60·이비인후과) 원장이 다음달 7일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재임기간 중 조직 개편, 로봇수술시스템 도입 등 적잖은 업적을 남겼다. 그는 "아쉬움이 크다. 좋은 평가가 오히려 부끄럽고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반성도 해봤다"고 했다.

-병원장으로서의 3년, 소회는 어떤가.

▶꿈과 열정의 3년이었다. 처음부터 '병원장은 봉사직'이란 마음으로 일했다. 이제 무거운 짐을 벗을 수 있어 시원하고 편안하다. 후회없이 소신껏 열심히 했다. 좋은 분들과 일할 수 있는 것도 행운이었다. 재임하면서 경북대병원의 저력을 확인했기 때문에 차기 병원장(조영래 산부인과 교수)을 비롯해 경영진들이 잘 할 것이고, 그래서 병원이 잘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말하기 힘든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

▶재임 기간 내내 CEO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경영자가 아닌 교수로 보려는 경향이 강해 어려움이 있었다. 병원에 세부직종이 1천개가 넘는다. 이해 관계가 복잡해 조율을 통해 전체를 아우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전체 조율보다는 대원칙을 세우고 경영하면서 세세한 것들은 그때그때 처리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교수 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 때문에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외부 평가가 좋은데….

▶과찬이다. 첫 공모를 통해 어렵게 병원장이 됐다. 그래서 소신있게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에 대한 격려인 것 같다. 현안 사업 처리 및 해결을 위해 정부 등과의 좋은 관계 정립과 교류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다 보니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병원 내부에선 문제가 없었나?

▶병원의 미래가 걸린 큰 사업들을 잇따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분란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 병원의 미래와 발전을 위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믿고 있다. 언젠가 서로의 마음을 다 알게 되고 한줄기 물길로 만날 것을 확신한다.

-병원장 재임 동안 스스로 꼽을 만한 업적은 뭔가.

▶그간 지지부진하던 칠곡경북대병원 건립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은 것이다. 부지와 정부 예산을 확보했다. 또 임상시험센터, 암센터, 노인보건의료센터, 어린이병원 등 대형국책사업을 유치한 것도 성과였다. 서울대병원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로봇수술시스템 등 최첨단 의료기기를 과감하게 도입했다. 취임 초기에 시행한 조직개편과 노사문화를 건전하고 협력적인 상생 관계로 조성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해마다 수십억원에 이르던 병원의 만성 적자를 흑자로 돌렸고 퇴직금 적립 등 재정 상태를 건전하게 했다.

-아직도 외부에서 경북대병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잖다. 경영자로서 느낀 병원의 문제점은 뭔가.

▶가장 큰 문제는 '서번트(servant·섬김)' 정신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환자나 고객에 대한 섬김의 정신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최고 의료기관이라는 자부심이 자칫 자만심으로 비쳐질 우려도 없지 않다. 주인이 없다 보니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다양해 의사 결정이 힘든 점도 있다.

-경북대병원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는?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이는 일이다. 사실 의료수준은 전국 어느 병원에도 뒤지지 않는다. 물론 환자들은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서비스나 특수질환 치료 등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끊임없는 연구 투자를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표 공공기관으로서 지역 공헌도를 더 높이는 것이 숙제다. 올해 가장 중요한 현안은 정부 지원 및 자체 예산 확보를 통한 칠곡병원 건립이다.

-제35대 병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고, 신청까지 했다가 마지막에 포기한 이유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결정이었다. 재임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교수사회 분위기도 솔직히 의식했다. 매듭지어야 할 숙제가 많아 재임을 생각했던 게 사실이지만 오랜 생각 끝에 포기했다. 처음부터 신청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문제가 있어 신청 안 할 것'이란 근거없는 음해성 소문이 나돌아 신청만 했다. 차기 병원장을 적극적으로 돕겠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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