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러고도 경제 살린다?"…지역 인쇄업계 총선 특수 '실종'

"말로만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지역 업체를 외면하는 후보자들이 야속합니다."

대구시 중구 남산동 인쇄골목의 한 업체는 지난해 최신식 인쇄기계로 교체했지만 올해 선거인쇄물을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이 업체 대표는 "예년 선거에서는 후보자 2, 3명의 선거인쇄물을 주문받았지만 올해는 전무하다"면서 "인쇄물 기획자가 서울인쇄 업체에 맡기는 등 자금의 역외유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쇄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업체는 4, 5명의 후보자 선거인쇄물을 예상하고 다른 물량을 받지 않았는데 한건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역 업체에 선거인쇄물을 맡기면 지업사부터 제본사까지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면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외치는 후보자들이 정작 지역 경제는 외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인쇄업계에 '총선특수'가 사라졌다. 지역 총선 출마자 10명 가운데 7명은 지역 인쇄업체가 아닌 서울 등지에 선거인쇄물을 맡겼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이 제18대 총선 선거인쇄물 수주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역 업체에 선거인쇄물을 맡긴 후보자는 101명(대구 43명·경북 58명) 가운데 25명(대구 16명·경북 9명)으로 24.8%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지난 17대 총선에 비해 수주물량도 35% 정도 감소했다.

지역 업체에 선거인쇄물을 맡긴 후보는 대구 경우 ▷곽성문(중·남구)▷이재용(〃) ▷전재용(동갑) ▷장태수(서구) ▷이명규(북갑) ▷구본항(〃) ▷김진철(〃) ▷서상기(북을) ▷이연재(수성갑) ▷이대주(〃) ▷신귀남이(수성을) ▷박종근(달서갑) ▷황성수(〃) ▷김충환(〃) ▷이해봉(달서을) ▷조원진(달서병)등이다.

경북은 ▷이병석(포항북) ▷허명환(〃) ▷이성석(포항남·울릉) ▷김일윤(경주) ▷박팔용(김천) ▷김광림(안동) ▷권영창(영주) ▷도현기(상주) ▷김명한(문경·예천)등이다.

총선 후보들의 지역 업체 외면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선거특수를 예상하고 최신식 장비로 설비교체를 했던 지역 인쇄업체들은 기계를 놀리고 있는 형편이다. 단체수의계약이 폐지되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역 인쇄업계는 선거특수마저 사라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박희준 대구경북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30억원 규모인 지역 선거인쇄물 시장에서 지역 업체들은 7억~8억원만 확보한 반면 나머지는 외부로 유출됐다"면서 "돌아오는 지방선거에서는 입후보자들이 지역 인쇄업체를 많이 이용해달라"고 요청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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