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생님과 함께하는 논술] 사회지도층 인사 도덕적 의무감에 대해

◆출제 의도

이번 논제는 경북도교육청 사이버논술교실(http://kben.org) 자유과제입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삶과 의식 속에 뿌리 깊이 도사리고 있는 부정 부패의 실상과 그에 따른 도덕적 의무감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학생들은 먼저 개인과 사회의 관계 속에서 개인이 갖추어야 할 도덕성이 무엇인지를 따져보고, 바람직한 사회 발전을 위해 구성원들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개인과 사회 중 어느 한쪽에 편중된 역할과 의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호혜적 진보를 위한 방안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 게시판' 330번 자료와 '논술 첨삭(고)' 게시판 377번 자료를 참고하세요.

◆학생 글

5월 31일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제각각 자신들의 장점을 내세워 홍보를 하고 있고, 유권자들은 그들의 홍보나 평소 행동을 보고 누가 가장 그 자리에 적합한지 판단한다.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그들을 대표하는 인물을 뽑는다. 그러므로 국민을 대표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국민의 대표로 갖추어야 할 자질이 있다.

무엇보다 사회지도층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망각하지 않고 도덕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몇 달 전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연구에 성공했다는 황우석 교수의 업적들이 모두 그의 범국민적인 사기 행각으로 밝혀져 한국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것은 '황우석'이라는 개인이 '교수'라는 스스로의 사회적 위치를 망각한 채 저지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로 서비스 정신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치도 어떻게 보면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 그것을 실현해 주는 일종의 서비스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지도층들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토대로 어떤 것이 국가의 발전과 국민을 위한 것인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사회를 이끌어 나갈 능력과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어야 한다. 아무리 도덕적이고 비전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현시킬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좋은 사회지도층이라고 볼 수 없다. 그것은 자칫 말만 많고 추진력 없는 무능한 사람으로 비쳐질 우려도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그들의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능력과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것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우선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뉴스를 보면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뇌물 수수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처벌은 미미하다. 큰 사건이 아니고서는 흐지부지 넘어가는 것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은 그것에 대한 처벌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역주민들과의 단합과 도모를 통해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한 정치인에게는 상점을 주어 다음 선거 때 반영하고, 반대로 지역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부패한 정치인들에게는 벌점을 준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처벌 방안이 필요하다.

둘째로 주민소환제를 실시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정치를 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을 쫓아낼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 몇 해 전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자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그를 끌어내리고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주지사로 뽑은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정치를 못하면 쫓겨날 수도 있다는 적당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도 부정부패를 뿌리뽑을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사회적 분위기 파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지도층들은 사회구성원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그것을 충족시킬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사회적으로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국민들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아무리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좋은 방안이어도 사회적 분위기 파악을 못한 채 그들 마음대로 해나간다면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쌓여만 갈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옛말도 있듯이, 사회지도층들은 자신들의 할 일이 무엇이고, 무엇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인지를 구별하며, 자신들을 보고 따르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윤희(두호고 1학년)

◆논제 분석

논제는 논술에서 채점자가 요구하는 내용이므로 논술문 작성자는 논제가 요구하는 답변에 충실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이번 논제는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의 '답전부(答田父)'와 칸트의 '실천이성비판'을 통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뿌리뽑아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덕목을 논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밝히는 것이다. 우리 사회 속에 잠재돼 있는 구조적 모순상과 이의 해결 방안은 각종 매체를 통해 많이 접한 것이어서 글의 얼개를 잡고 의견을 구체화하는 데 그다지 어렵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과제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시문 1과 2의 중심 생각을 찾아내야 하며, 이를 발전적으로 활용해 부정 부패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제시해야 한다.

◆제시문 분석

'제시문 1'은 무신의 난 이후에 조세 제도의 문란 등으로 백성들은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집권 세력들만 부귀 영화를 누리는 실상에 대해, 집권 세력이 해야 할 사회적 책임감이 무엇인지를 밝힌 글이다. 필자는 수신한 후에 집안을 돌보고 국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사람만이 도덕성을 간직한 인간이고, 이들이 나라에서 필요한 충신임을 강조하고 있다.

'제시문 2'는 보통 사람이 이성에서 출발해 가장 자유롭고 윤리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피력한 글이다. 칸트는 신에 대한 의무로서 윤리를 강조한 종교적 윤리를 거부하고 인간의 자유와 자율성을 스스로 마련하고자 했다. 즉 칸트가 강조한 근대적 인간은 이성적 인간이다. 여기서 이성적인 인간이란 개인의 욕망이나 감정적 충동을 극복하고 도덕법칙에 충실한 자유의지를 매 행위마다 의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덕법칙에 충실한 태도를 가진 인간이야말로 칸트가 생각한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첨삭 지도

1문단

친숙한 사실을 화제로 삼아 논제에 대한 호기심을 적절히 유발시켰고, 지도층 인사들의 자질 문제를 이야기함으로써 문제 상황을 효과적으로 제시했다. 서론은 보통 화제 도입과 문제제기 정도로 구성된다. 학생의 글은 논제에 적합한 화제를 제시하였지만, 이를 통해 자신의 논점을 드러내지 못하고, 선거라는 특수한 방향으로 시각이 기울어진 듯한 느낌을 준다. 또 지도자의 자질을 문제로 제기한 것까지는 양호하지만, 자질이 모자라는 인사들이 사회의 지도계층으로 군림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제시하지 못했다.

2~4문단

제시문의 내용을 근거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갖추어야 할 덕성이 무엇인지를 논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학생은 의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 문단에서는 먼저 두 제시문에 담긴 핵심 내용을 추출해 서론에서 학생이 밝힌 문제와 연결시켜야 한다. 즉 에서는 부귀영화에만 집착하면서 살아가는 집권세력들의 행태를 통해 선비의 바람직한 모습을 찾아내어야 하고, 에서는 개인적 욕망과 감정적 충동을 극복하고 도덕 법칙에 근거한 근대적 인간상을 찾아내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도층 인사들에게 필요한 태도나 덕성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논제에 충실한 글이 될 수 있다. 분량이 1천200자 내외이기 때문에 자질문제나 덕성문제를 병렬식으로 전개해 나가다 보면, 다음에 제시되어야 할 논제의 요구사항에 빈약해질 수 있다.

5~7문단

해결 방안을 제시하려면 앞 문단에서 부정부패로 인한 문제의 양상을 상세하게 제시해야 한다. 학생의 글은 앞에서 지도층 인사들이 갖추어야 할 자질문제를 이야기했고, 다음 문단에서는 해결 방안을 논하고 있다. 본론 1과 2가 논리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글의 흐름과 무관하게 해결책을 제시하다 보면 글이 논리성을 상실하게 된다. 학생은 해결 방안으로 제도 마련과 주민소환제 실시, 그리고 지도층 인사들의 사회적 분위기 파악을 들었다. 그런데 제도 마련과 주민소환제는 다 같이 정책적 차원의 문제이므로 한 문단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세 번째로 든 사회적 분위기 파악은 해결책으로 제시하기에 미약한 느낌이 든다. 오히려 지도층 인사들의 '공적 가치 추구'를 넣으면 어떨까 싶다. '한 인간의 사회적 지위는 사회구성원들이 가진 권리 위임을 통해 얻는 것이니 만큼, 그것은 온전한 자신의 것이 될 수 없으며 사회적 책임 의식을 스스로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글을 이끌어가면 더 좋겠다.

8문단

결론의 전개는 해결 방안과 제언을 제시하는 방법과 본론내용을 요약하고 최종 결론을 제시한 후 제언을 제시하는 방법이 있다. 학생의 글은 지도층 인사들이 지켜야 할 삶의 자세를 간략히 정리해 마무리 짓고 있어 논지 전개상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학생 글은 문제의 요구 사항 중, 제시문의 내용을 다루지 않음으로써 본론 1과 2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는 논제의 요구 사항에 따라 치밀하게 글쓰기 계획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먼저 출제 의도 파악과 제시문의 요구 사항 이해, 제시문 분석 및 자신만의 논지를 설정하기, 구체적인 논거 마련하기, 개요 작성하기의 순으로 글쓰기 준비를 하도록 하자. 또 제시문을 충분히 읽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꼼꼼하게 따져보면서 그 의미를 논제와 관련해 이해하기 바란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작업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작업이므로, 항상 새로 시작한다는 자세로 글을 쓰는 게 좋겠다.

김문호(두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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