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저작권 수출에 관심 갖자

우리나라는 번역서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군에 속한다. 통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근 7년간 출간된 책 중 번역서 비중은 23%~25%로 미국 중국 독일 일본의 2.6∼8%에 비해 많이 높다. 한국서점조합 연합회와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2005년, 2006년, 2007년 베스트셀러 30위 내 도서 중 번역서가 각각 16권을 차지했다.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치다.

번역서는 국가의 지적역량이다. 일본이 메이지유신 후 그처럼 놀라운 속도로 근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국 문화와 기술, 제도에 대한 열린 자세 덕분이었다. 더불어 다양한 번역출판이 시민의식을 높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 시장에 번역도서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민의 문화생활을 윤기 나게 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수입출판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한국 저작물의 해외진출이 너무 적다는 데 있다.

한국 출판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수출된 도서는 모두 1천605종이었다. 해외저작물의 국내 수입이 연간 1만종을 넘어선 것은 오래 전이다. 7년 수출분량의 합이 1년 수입분량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책의 해외진출이 미미한 큰 이유는 한국어에 능숙하면서 영어나 독어, 중국어 불어 러시아어 등 자국 언어를 풍요롭게 쓸 수 있는 번역가가 드물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한국 문학작품이 지금까지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한 데는 작품의 한계와 더불어 번역의 문제가 분명히 있었다. 번역은 새로운 창작이다.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원전자체의 수준이 폄훼된다.

출판자본의 소극성도 이유다. '매년 열리는 세계 국제도서전에는 한국 출판인들이 대거 참관한다. 그러나 이들의 목적은 대부분 수출이 아니라 판권 수입에 있다. 노력과 비용에 비해 수익을 보장하기 힘든 수출보다, 수입출간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백원근 한국 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의 지적이다.

지금까지 몇몇 국내 문학작품이 해외에 수출됐지만 수익보다는 '작가의 영예' 정도에 그쳤다. (최근 해외 판매에 성공한 국내 유명 작가의 책은 놀랄 만큼 소액에 판권을 넘겼다) 이런 결과는 출판사의 태도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국내 출판사는 내수에 집중할 뿐 해외 진출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주요 선진국의 출판사들이 책을 출간할 때부터 해외출판까지 염두에 두는 점과 다른 점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좁은 언어권을 가진 나라다. 번역서 유입이 급증하는 가운데 내수에만 의존하는 것은 국내 출판저술 인프라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한정된 시장에서 외서가 늘어난다는 것은 국내 저자들 입장에서 보면 시장이 좁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출판저술 인프라는 우물과 다르지 않다. 퍼내지 않으면 새로 고이지 않는다. 한국문학의 위기는 그 자체의 문제만큼이나 외부 요인이 크다. 수출은 수익의 첨병이며 국내시장을 지키는 수비군이다. 인류의 지적재산 교환, 글로벌 문화의 풍요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도 수출은 늘어나야 한다. 최근 한국문학번역원이 2008년도 1/4분기 한국문학 번역지원사업 지원대상자로 총 5개 언어권 7건을 선정했다. 7건은 너무 적다.

조두진 문화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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