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봉 협상 과정에서 희비가 엇갈렸던 삼성 라이온즈 테이블 세터 박한이와 신명철의 초반 기세가 매섭다. 이들은 29, 30일 대구 홈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개막 2연전에서 나란히 8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공격 첨병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둘은 묘한 인연으로 얽혀 있어 더욱 흥미를 끈다. 같은 해(2001년) 프로에 데뷔한 동기생이며 박한이는 부산고, 신명철은 마산고를 나와 신인 연고 지명권은 모두 롯데 자이언츠에 있었다. 당시 롯데는 대학 시절 박한이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은 신명철을 택했고 박한이는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행보는 극과 극. 박한이는 날카로운 타격 솜씨와 빠른 발로 1번 타자 자리를 꿰찼고 삼성은 2006년까지 4위 아래로 성적이 떨어진 적이 없지만 신명철은 롯데에서의 6시즌 동안 통산 타율이 0.233에 머물렀고 팀 또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며 비난의 표적이 됐다.
둘의 사정은 지난해 다시 바뀌었다. 지난 시즌 삼성으로 말을 바꿔 탄 신명철은 베테랑 박종호가 부상으로 부진한 틈을 타 주전 2루수 자리를 확보, 전 경기에 출장하며 입지를 다졌다. 반면 박한이는 2003년을 기점으로 성적이 점차 하락하더니 지난해에는 타율이 0.265까지 떨어졌고 수비 불안을 이유로 중견수 대신 우익수로 출장하는 수모도 당했다.
시즌 후 신명철은 연봉이 7천500만원에서 40%가 뛰어 올해에는 1억500만원을 받지만 붙박이 1번 타자 박한이는 2억7천만원에서 10% 삭감된 2억4천300만원을 받게 됐다. 박한이는 게다가 겨우내 수차례 주전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 더욱 가슴 시린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랬던 그들이 2008 시즌이 개막된 뒤 함께 방망이에 불을 붙였다. 박한이는 29일 개막전에서 1회말 1번 타자로 나서 기습 번트를 댄 뒤 슬라이딩으로 1루에 들어가는 등 몸을 사리지 않고 뛰었다. 사실 전 경기 출장에 가렸지만 지난해 공격력(타율 0.252)에 물음표가 붙었던 신명철도 호쾌한 타격 솜씨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이 양준혁-심정수-제이콥 크루즈로 이어지는 막강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했지만 1, 2번 타자가 찬스를 만들지 못하면 득점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대한 출루해서 상대 투·포수를 자극하는 것도 테이블 세터의 몫. 아직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삼성에게 박한이, 신명철의 타격감이 좋다는 점이 더욱 반가운 이유다.
한편 삼성의 외국인 투수 웨스 오버뮬러는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LG 트윈스전에 선발로 나선다. 컨디션 난조로 어느 정도 실력인지 보여준 것이 없는 오버뮬러에게는 첫 시험대. 하지만 LG 선발이 삼성의 배영수, 롯데의 손민한과 더불어 국내 최고 우완 선발 투수로 꼽히는 박명환이어서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1일 선발 투수
삼성 오버뮬러-LG 박명환(잠실)
롯데 송승준-SK 쿠비얀(사직)
우리 스코비-한화 유원상(목동)
KIA 서재응-두산 랜들(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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