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만우절이다. 많이 시들해졌지만 과거 만우절은 평소 거짓말 한마디 못하던 국민들도 거짓말을 해볼 수 있는 날이었다. 달리 웃음거리를 찾지 못하던 민초들에게 하루는 청량제 였다.
만우절의 기원은 프랑스 기원설이 유력하다. 16세기 프랑스의 새해 첫날은 4월1일이었다. 그러던 중 교황 그레고리 13세는 새 역법(그레고리력)을 소개해 새해를 1월1일부터 시작하도록 했다. 상층민, 도시민들은 이를 재빨리 받아들였지만 지방민, 하층민은 늦었다. 역법이 바뀐 줄도 몰랐고 믿지도 못했다. 그렇다 보니 이 날 발빠른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됐다는 설이다.
이는 오늘날까지 전해져 온다. 프랑스의 어린이들은 친구의 등에 물고기 그림을 몰래 붙여 두고서는 뒤늦게 친구가 눈치를 채면 '뿌와쏭 다브릴(4월의 물고기'봄이 되면 물고기들이 강가에 흘러들어와 낚시에 잘 걸려든다는 의미로 사용됨)'이라며 웃고 놀린다. 당하는 아이도 즐겁고 놀리는 아이도 즐겁다.
미국에서는 1일이 '4월 바보의 날(April fools day)' 이다. 미국 온라인 잡 업체인 '캐리어빌더'가 설문을 했더니 직장인 30%가 '상대를 놀려봤거나 놀림감이 되어 봤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장난거리 로는 △다른 직장 동료이름으로 여자 동료에게 구애의 쪽지 보내기 △음료수 캔 자판기에 음료수 대신 맥주 캔 넣어두기 △화장실에 '휴지 없음' 쪽지 붙여두기 △사내 스피커를 통해 사장님이 찾는다는 가짜 방송 내보내기 △지역신문에 동료 명의로 집을 판다는 광고 내기 등이 꼽혔다.
하지만 여기에도 불문율은 있다. '누구든 즐거워야 하고 누구에게도 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우스갯거리는 모두를 웃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마크 트웨인은 '4월1일은 우리가 나머지 364일을 존재하는 이유를 기억하게 하는 날"이라고 했다.
올해도 만우절을 맞아 소방본부는 119 장난전화에 대해 엄벌방침을 밝혔다. 그만큼 장난전화가 행정력을 낭비토록 해 실제 긴급한 상황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피해를 주어왔기 때문이다.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즐거워야 할 만우절이 그동안 장난전화 때문에 빛이 바랬다.
언제쯤 우리는 즐거운 거짓말에 하루쯤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그런 만우절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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