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또 돈 선거, 전국에서 혀 차는 소리 들린다

친박연대 김일윤 경주지역 후보 운동원들이 돈을 살포하다 경찰에 잡혔다. 이번 총선에서 공식 선거운동 이후 처음 드러난 금품선거 추악상이다. 거기에다 공교롭게도 시장 군수 돈 선거 파문으로 전국적인 망신을 사고 있는 영천, 청도와 바로 인접한 지역에서 발생했다. 또 한번 전국에서 혀 차는 소리가 이 지역에 쏟아지는 것 같아 참담한 기분이다.

경찰이 밝힌 김 후보 측 운동원들의 범행은 혼탁한 선거 때마다 보아온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누군가에게서 나온 뭉칫돈이 여러 단계를 거치며 유권자에게 흘러 들어가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김 후보 사조직 자금책인 손모씨는 지난 30일 면책 황모씨에게 "잘 아는 사람들에게 김 후보 지지를 부탁해 달라"며 선거인 명부와 함께 현금 530만원을 전달했다. 이 돈 가운데 140만원이 이(里)책에게, 다시 20만원이 반(班)책에게 쪼개져 건네졌다.

김 후보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다. 경찰이 김 후보 운동원 간에 돈이 건네지는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으니 금품수수 자체야 꼼짝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주고받은 자금 흐름을 거슬러 추적해 보면 누구로부터 얼마나 많은 돈이 흘러나왔는지 규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경찰은 이 사건의 전모를 발가벗겨내야 한다. 들통난 이번 경우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수법 자체를 보면 은밀한 돈 거래가 이 동네뿐이었다고 확언할 수 없는 것이다.

청도군은 지난번 군수 재선거에서 정한태 후보가 5천여 주민에게 5억6천만원을 뿌려 당선한 파렴치 때문에 52명 구속, 1천284명 불구속이라는 선거사상 초유의 사법처리 날벼락을 맞았다. 영천시 역시 돈 선거로 23명 구속, 114명 불구속 사태라는 엄청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런 불명예가 또 경주로 옮겨가게 생겼으니 낯부끄럽기 짝이 없다. 정말 지역 특단의 각성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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