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물, 생명의 원천이자 소중한 자원

지난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었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자 소중한 자원이다. 우리 몸의 70% 정도가 물로 되어 있고 물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 물은 들판의 농작물을 자라게 하고 공업용수로도 이용되는 등 생산 활동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다. 인간의 역사는 물과 함께해 왔고,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도시나 찬란한 문명은 으레 강과 호수를 끼고 발달했다.

물은 우리 인간에게 무언의 교훈을 주기도 한다. 老子(노자)는 '도덕경'에서 물의 덕을 높이 칭송하였다. '上善若水(상선약수)' 즉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했다. 물은 겸손하여 모두가 싫어하는 낮은 곳을 향해 흐른다. 쉬지 않고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다 보면 더 큰 물줄기를 만들고, 마침내 큰 바다를 이룬다.

물은 변화에 잘 적응한다.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고 모난 그릇에 담으면 모난 모습으로 변한다. 물은 생명의 싹을 틔우고 자라게 하여 온갖 만물을 이롭게 한다. 물은 다투는 일 없이 장애물이 있으면 감싸안고 지나가고, 깊을수록 더욱 고요하다. 그런 점에서 노자는 '물은 도에 가깝다(故幾於道)'고 했다.

이처럼 소중한 물이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급속히 오염되거나 귀해지고 있다. 산업화의 속도가 빠른 나라일수록 강과 하천의 오염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를테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도시 지역 하천 중 절반은 전혀 관리되지 않은 채 오염물질이 곧장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나일강이 발원하는 빅토리아 호수도 오염과 수량 감소에 시달리고 있고, 아랄해와 차드호 등은 머잖아 고갈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다.

탄소배출에 의한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해주는 만년설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전 지구적 재앙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인도의 갠지스강과 인더스강, 중국의 양쯔강과 황허, 인도차이나반도의 메콩강 등 아시아 7대 강의 발원지인 히말라야산맥의 만년설 雪線(설선)이 매년 10~15m씩 후퇴하고 있다.

히말라야 빙하가 지금처럼 계속 녹아내리면 50년 뒤에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그럴 경우 이들 강 유역에 살고 있는 수십억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단기적으로는 홍수와 산사태의 위험에 처하고, 장기적으로는 물 부족 사태를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알프스의 만년설도 2025년까지 절반가량 녹아내리고, 열대권에서는 유일하게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서 있는 아프리카의 최고봉 킬리만자로의 눈도 2020년이면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숱한 사람들에게 생명의 젖줄 역할을 하고 영혼의 안식처 역할을 해온 아름다운 설산들이 지금 인간의 끝없는 탐욕으로 인해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전 세계에서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의 수가 현재 11억명에서 오는 2025년에는 약 18억명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연평균 강수량은 1천245㎜로 세계 평균을 웃돌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그 결과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이 1천479㎥에 불과해 UN이 분류한 '물 부족 국가'에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의 소중함과 물 부족 현상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물을 흥청망청 쓰고 있다. 뭔가를 아끼지 않고 헤프게 막 쓸 때 '물 쓰듯 한다'라고 한다.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국내외 물 부족과 수질오염 사태를 생각할 때 이제 더 이상 물을 물 쓰듯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해 10월 필자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UNEP FI(유엔환경계획 금융부문협회) 연차총회에 참석했는데, 그 대회의 슬로건은 '인식에서 행동으로(Awareness to Action)'였다.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전을 위해서는 백마디의 말보다 스스로 실천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생명의 원천이자 소중한 자원일 뿐만 아니라 상선약수의 미덕을 아울러 지닌 물의 가치와 소중함을 다시금 인식하고, 우리 모두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물을 더욱 아껴쓰는 동시에, 우리 지역의 강과 하천을 맑고 깨끗이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화언 대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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